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장기화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제한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좀체 회복되지 않자 관련 펀드에서 올해 투자금이 3000억 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7월 3일까지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국내 원자재 펀드(42개)와 천연자원 펀드(25개)에서 각각 1479억 원, 1242억 원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에 농산물 펀드(8개)의 설정액도 190억 원 감소했다.
수익률 역시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올 들어 이달 3일까지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은 0.51%에 불과했고 천연자원 펀드와 농산물 펀드는 0.91%, 5.22%씩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15.99%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셈이다. 원자재·천연자원·농산물 펀드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이슈 등의 영향으로 1년간 16.31%, 27.69%, 10.58%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원자재 관련 펀드들이 올 들어 맥을 못 추는 것은 전 세계 주요국들의 긴축정책이 아직까지 계속되는 데다 세계 1위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여름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원당·커피 등은 국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실제 원유·옥수수·콩·밀·천연가스 등 23개 원자재의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블룸버그원자재지수는 올 1월 3일(현지 시간) 110.3에서 이달 3일 101.25로 8.21%나 떨어졌다. 5월 28일에는 97.96까지 내리며 2021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원자재 관련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S&P GSCI)도 전날 536.66을 기록하며 연초 때보다 9.13% 하락했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시장은 금속·구리·농산물 등 일부를 제외하면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 긴축 장기화 조짐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됐다”며 “특히 유가는 미국과 유로존 경제지표 부진에 수요 위축 우려까지 부각되며 배럴당 70달러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러시아 정국 불안, 선진국 긴축 기조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변수로는 중국 경기의 반등 여부를 꼽았다. 임 연구원은 “7월 원자재 가격은 선진국 긴축 경계 속에 수요 우려가 확대돼 약세를 예상한다”면서도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가시화하면 산업 금속 등의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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