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3㎚(나노미터·10억분의 1m)이하 반도체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기술 로드맵을 밝혔다.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D 패키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라인부터 고급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최첨단 ‘토털’ 솔루션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만족 시키는 서비스로 파운드리 1위 TSMC를 바짝 추격한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4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첫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이 같은 파운드리 로드맵 전략을 밝혔다.
최 사장은 “2025년에 GAA 공정으로 만든 칩을 3차원(D) 패키징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며 “미세화 공정으로는 비용 절감과 칩 면적 축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첨단 후공정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GAA 공정과 3D 패키징의 결합은 아직 업계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 두 공정 모두 난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GAA 공정은 파운드리 라인에서 초미세 소자를 만드는 전(前)공정 기술이다. 반도체 크기는 줄이면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 면적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3D 패키징은 서로 다른 칩을 마치 하나의 반도체처럼 만드는 결합 기술이다. 최근 미세 회로 구현이 한계에 다다르자 인텔·TSMC 등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이 이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7나노 극자외선(EUV) 시스템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엑스-큐브(X-Cube)’를 업계 1위 TSMC보다 먼저 내놓았고 2022년에는 3나노 GAA 공정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 라인에 도입했다. 또 반도체 사업부 내에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을 조직해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계획대로 양산한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0.1%, 삼성전자가 12.4%로 전 분기 대비 다소 벌어졌다. 하지만 3나노까지 핀펫 구조를 적용한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GAA를 적용해온 만큼 GAA 기반으로 맞붙으면 기술적으로 앞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 사장 외에 삼성 파운드리 고위 경영진도 연단에 올라 시장 전망과 기술 현황을 공유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AI·전장 등 신규 수요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골이 깊으면 산이 높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며 “곧 도래할 업턴 호황기에 대비해 필요한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도 “팬데믹 이후 복합적인 문제들로 예상과는 다르게 시장이 불안정하고 억눌린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문가와 기관 전망이 있다”며 힘을 실었다.
국내외 팹리스 생태계 강화 방안도 공개했다. 주요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리벨리온·딥엑스 등이 세션 발표자로 참가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 AI·저전력 반도체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팹리스 기업에 시제품 제작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도 내년 4나노 공정에서 횟수를 10% 이상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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