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서울의 관광상권도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명동이나 동대문 등 전통상권에 한정됐다면, 지금은 유튜브로 한국 문화를 접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외국 관광객들이 압구정이나 성수 곳곳을 누비며 화장품을 사고 즉석 사진을 찍는다. 엔데믹에 방한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패션·뷰티 업체들도 큰 손으로 떠오른 Z세대 외국 고객을 잡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5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6월 강남·성수 일대 외국인 매출과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배, 8배 증가했다. 외국 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단연 '뷰티 1번지' 명동 일대지만, 압구정이나 성수 등 신흥 상권으로 분류되는 매장에서 외국인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K팝 아이돌 화장법이나 피부관리법을 따라하려는 Z세대 외국 관광객들이 압구정 카페거리나 팝업스토어 성지인 성수동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카페거리와 도산공원 인근은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디저트숍 '누데이크 하우스'를 비롯해 '런던 베이글 뮤지엄' 등 한국 Z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매장을 낸 성수는 유행에 민감한 20대들이 주로 찾으며 패션·뷰티 브랜드 성지로 부상했다.
상권별로 외국 관광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화장품 카테고리도 달랐다. 명동·동대문 등 전통상권은 가족 단위나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많은 만큼 K뷰티 대표 주자인 기초 스킨케어나 마스크팩이 판매 상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압구정·성수 등 신흥상권은 20대이거나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만큼 이너뷰티와 립스틱, 근육을 마사지 하는 괄사 등 잡화가 인기를 끄는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관광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의 판매 상위 상품 10개 중 8개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무지개맨션의 립 틴트 제품인 '오브제 리퀴드'는 일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보습 크림으로 유명한 토리든은 방한 외국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대표적인 K뷰티 쇼핑 공간으로 인식된 만큼 앞으로도 제품력이 우수한 국내 신생 브랜드를 발굴해 글로벌 고객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업체들도 외국 관광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여행객인 만큼 1인당 구매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에 따르면 올 1분기 신명품 브랜드인 '아미'와 '메종키츠네'의 외국인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아미의 경우 동남아시아 지역에 매장이 없는데다, K팝 아이돌이 입는 패션을 보고 같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효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10~30대 외국 고객을 겨냥해 K패션 인기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국내 3호 매장을 롯데월드몰에 유치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에서 외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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