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 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한창 논의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1000억 원 이상 사업에 대해서는 상출제 대기업에 빗장을 여는 안을 가지고 들고 나왔지만 중소·중견·대기업들 입장에는 여전히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해관계자간 간극을 좁혀 개선안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결국 사업의 당사자인 발주 기관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이뤄진 ‘대기업 참여제한제 진단 및 개선 대중소 토론회’에는 과기정통부가 수개월간 수렴한 각계 의견을 바탕으로 내놓은 초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간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자리였다. 하지만 막상 발주기관들의 의견은 대표되지 못한 반쪽짜리 토론회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과기정통부, 국무조정실을 비롯 다양한 대중소 IT 기업들이 현장을 찾아 의견을 개진했지만 정작 SW 사업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할 발주기관들은 한 곳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산업은행, 근로복지공단, 국가보훈부에서 각각 한명씩 참여하기로 했지만, 한국산업은행과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국가보훈부 측 관계자는 애초 참여 요청을 전달받지 못했다. 참석자 명단에 오른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가보훈부를 떠나 국무조정실로 전출됐지만 과기정통부는 적을 올린 담당자를 리스트에 올린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해당 토론회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지난해 국가보훈부를 나왔고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당일 토론회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이 정도 중요성을 띤 토론회에는 나오기로 한 담당자가 다른 사정으로 나오지 못하면 대체 인원을 보낼텐데 세 곳에서 나란히 불참한 데 대해 의아했다”며 “결국 중소대기업간 견해가 접점을 형성하려면 제 3자인 이들의 향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SW 제도 개선 논의 중 주로 주목이 모은 것은 대·중·소 기업간 견해 차였지만 발주 주체인 공공 기관 역시 이번 제도 개선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참여 범위를 1000억 원 이상으로 늘릴 것이냐 하는 것들은 제도 개선 논의의 본질이 아니다”며 “이런 논의들이 시작된 것은 결국 발주기관들의 요구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공공 소프트웨어를 발주하고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시스템이 잘못됐을 때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이 이 시스템을 어떤 사업자가 이걸 만들었는지 알겠는가. 무언가가 잘못되면 해당 발주기관 수장이 파면 소리까지 듣는 상황에서 결국 책임을 지는 쪽의 의견이나 요구가 1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번 토론회를 코앞에 두고 굵직한 공공 시스템이 장애를 겪으면서 발주 기관들의 입을 향한 관심도 한층 더 높아졌다. 최근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가 개통하자마자 서비스 장애를 겪으며 일부 학교의 시험 문항이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천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공공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일선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서는 또다른 대형 사업인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역시 개통 초기 먹통이 되면서 시민 피해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규제혁신추진단은 당초 토론회에 보건복지부, 교육부 측 담당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측은 다른 기관을 초청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1000억 원 이상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초안을 마련했지만 절차는 아직 남아있다. 과기정통부는 추후 이해관계자 입장을 추가로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공공서비스 품질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의 상생을 해치지 않으면서 달라진 환경 속에서 공공 시스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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