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개를 앞둔 갤럭시Z 플립·폴드5 언팩 초대장이 날아 왔습니다. 사상 첫 국내 언팩에 걸맞게 한글로 적은 ‘언팩’ 두 글자가 인상적입니다. 초대장 발송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는 예약 알림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언팩은 코엑스와 서울광장에서 동시에 열린다 하죠. 서울광장에서는 가수 공연도 함께한다 합니다. 국내 언팩도, 동시 진행도 처음이다보니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언팩 초대장을 발송하는 동시에 글로벌 삼성닷컴 홈페이지에서 신형 폴더블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예약금을 받는 ‘진짜 예약’은 아닙니다. 실제 제품이 공개되고 예약을 받을 때 알림을 보내주는 정도죠. 모바일 게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전예약알림’에 가깝습니다. 혜택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신청 후 실제 제품을 구매하면 50달러의 삼성닷컴 크레딧을 줍니다.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에는 신형 폴더블을 알리는 첫 광고 영상도 올라왔습니다. '서울로의 여행(Journey to Seoul)'이라는 제목의 27초짜리 티저와 함께 2분 길이의 공포(?)영화도 공개됐는데 내용이 재밌습니다. 갤럭시Z 플립을 바라보면 저항할 수 없는 저주에 걸린다는 코미디 공포 영상입니다. 출시 보름여를 앞두고 본격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것이죠.
언팩 초대장의 한글이나,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남산타워로 이어지는 티저 영상을 보면 삼성전자가 드디어 ‘한국’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한 마케팅에서는 문화와 연계로 이미지 혁신에 나서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느껴집니다. 언팩을 서울광장에서 동시 개최한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K팝 아티스트 공연과 제품 공개를 연계해 K컬쳐를 알리겠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전략이지만 일말의 우려도 남습니다. 갤럭시 언팩은 글로벌 지향 행사입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니 당연한 일이죠. 이에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언팩도 시차를 고려해 저녁 8시에 열립니다. 공연과 제품 공개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출이 훌륭하다면 문제 없겠으나, 자칫 ‘손발이 오그라드는’ 행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정말 걱정이 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언팩 자체는 누가봐도 감탄할 만한 무대가 될수 있습니다. 행사 연출은 아마도 제일기획이 맡을텐데, 행사 연출에서 제일기획을 따라올 국내 기업은 없죠. 문제는 언팩에 ‘숟가락’을 얹을 인물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정치인들이 언팩에 탐을 내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이러면 가장 ‘힙’해야 할 행사가 순식간에 촌스러워질테니까요. 그야말로 나라망신이죠.
제 우려가 기우에서 끝났으면 합니다. 안 그래도 7일 발표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1분기 선전했던 MX부문 실적도 악화된듯 합니다. 폴더블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전략 제품입니다. 이제 폴더블 외 IT기기에서는 우리의 ‘비교우위’가 없으니까요. 부디 기업의 일은 기업에게 맡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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