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15 등 기존 정책금융 상품마저 이용할 수 없는 하위 10% 최저신용자에게 최대 1000만 원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매월 ‘오픈런’으로 소진되고 있다. 몰려드는 수요에 취급 금융사들은 월별로 한도를 설정하고 매월 초 신청자를 받고 있지만 취급 기관 수가 4곳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분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6일 오후 3시께 전액 소진됐다. 매달 전북·광주은행이 각 70억 원, 웰컴저축은행이 30억 원, DB저축은행(서울 거주자에 한함)이 5억 원씩 총 175억 원을 공급하고 있는데 4영업일도 안돼 한도가 모두 동난 것이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개시 첫날인 3일 1시간여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수천 명이 몰린 일부 은행 애플리케이션은 한때 장애를 빚기도 했다. DB저축은행은 “한도 소진으로 12일 오전 9시까지 신청이 중단된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신청은 8월 초에야 다시 이뤄질 예정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지난해 9월 말 출시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처음에는 최대 500만 원을, 6개월 동안 성실하게 상환했을 경우 추가로 최대 50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15.9%로 성실하게 이자를 납부하면 대출 기간에 따라 매년 최대 3%포인트씩 금리가 인하된다. 기존의 정책금융 상품도 이용이 어려운 최저신용자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상품 출시 당시 2022년 목표 공급액을 600억 원으로 설정했으나 고금리·고물가 속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제로는 1002억 원이 공급됐다. 올해 목표 공급액도 기존 1400억 원에서 2800억 원으로 두 배 증액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공급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사 총 11곳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취급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일정은 모두 9월 이후로 미뤄졌다. 지난해 합류했던 NH저축은행은 약 한 달 만에 한도 120억 원을 모두 소진했다며 취급을 중단했다. 급기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월 말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에 대해 금융권의 소극적인 참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직접 나서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사들은 ‘남는 게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서민금융진흥원 100% 보증 등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판매·관리비, 건전성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역마진’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그냥 돈을 들이는 사회 공헌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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