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반도체 업황의 업다운 사이클이 점차 빨라질 뿐 아니라 그 진폭도 커지고 있어 한마디로 널뛰기가 심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예측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이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도 "연내에는 반도체 경기가 풀려나가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2일 제주 해비치리조트&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시간 넘게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미중갈등 여파, 엑스포 유치 필요성 등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2030 부산 엑스포와 관련해서는 손날을 세워 탁자를 가볍게 내리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우리 경제와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행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선 반도체 경기에 대해 연내에 긍정적 신호가 나오길 바란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가전이나 소프트웨어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했다가 뒤로 가면서 수요가 금감했고 여기에 미중갈등 같은 여러가지 쇼크가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을 경영해나가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었다"고 토로하면서 "어쨌든 일단 경기가 풀리면 회사 내부에서 자금 사정이 어떻다 투자가 어떻다 하는 측면들이 쫙 풀려나가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인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경기가 바닥을 지나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 그게 언제일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2~3년 뒤를 보는 문제는 아니고 6개월이냐 1년이냐 이 정도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중 갈등과 SK그룹이 처한 중국 사업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개 과정부터 사후 대응 전략까지 상세한 설명을 내놨다.
최 회장은 먼저 미중갈등의 배경에 대해 "전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묶여 있을 때는 기업들만 서로 경쟁했는데, 이때 중국이 자국 기업 활동에 관여하고 지원하면서 경쟁력을 높이자 미국과 주요 국가들이 반발해 커다란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 여파는 시장의 분절로 이어진다는 게 최 회장의 진단이다. "과거 시장이 하나일 때는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 파는 게 기업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시장이 쪼개지고 블록화되면서 기업들이 시장이나 공급망 등에서 다른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시장 변화에 대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적응 방안을 찾는 게 기업인들의 역할이라고 최 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일어나서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도 있고, 긍정적 영향을 받는 산업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중국같은 거대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고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을 수도 없으니 남탓만 하지 말고 시간을 벌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민관이 '원팀'이 되는게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며 "한번 산업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다시 찾아오는게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한 번 주도권을 넘겨준 뒤 한국이 사실상 포기해버린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와 같은 산업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정부와 민간이 한 팀이 돼 움직이는 전략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면서 "정부가 '나는 정책을 정할테니 따라와라' 이런 식으로는 사후 약방문 식 대책밖에 나올 수 없고 민관이 지금보다 더 밀착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4대그룹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경쟁해야 하는 집단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동반자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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