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40% 이상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조치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산이 5000억 원 미만인 기업 가운데 30%는 ESG 공시 의무화에 전혀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회계법인 EY한영이 발표한 ‘회계감사의 미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는 기업 ESG 보고·공시 준비 상황에 관해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또 11%는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ESG 공시에 매우 잘 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16%에 불과했고 “다소 잘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은 42%였다.
앞서 EY한영은 지난 6월 국내 기업의 회계·재무·감사 부서 임직원 70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같은 달 ESG 정보 공시를 2024년 연차 보고 기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게 조사의 계기가 됐다. ISSB는 첫번째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서 IFRS S1(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기후 관련 공시)도 공표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서 “매우 잘 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25%, 5000억 원 미만 기업은 5%로 나왔다. 5000억 원 미만 기업 중 30%는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ESG 보고·공시 대응 조직 설치와 관련해서는 “갖추지 않았다”고 밝힌 응답률 26%에 달했다. 5000억 원 미만 기업에서는 그 비율이 57%에 이르렀다.
보고·공시 준비는 부족한 데 반해 ESG 이슈 자체는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의 78%는 단기 재무 성과·수익성이 감소하더라도 ESG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EY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해외 기업의 응답률(55%)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기업 응답자 사이에서는 84%가 이 같이 답했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부문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기업 사이에서 ESG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확대되고 있으나 실제 준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ESG 정보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기업들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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