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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반도체 '전설' 짐 켈러와 AI 칩 프로젝트 착수 [biz-플러스]

美 텐스토렌트·그로크 프로젝트 잇따라 따내

양산 이어질 경우 삼성 5나노 이하··2.5D 패키징 라인 활용

유망 기업과 선제 협력…'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 탄력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 사진=텐스토렌트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가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목받는 반도체 스타트업과 칩 연구 과제에 착수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AI 반도체 회사들을 일찌감치 고객사로 확보해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그로크와 칩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잇따라 개시했다. 파운드리사업부 내 시스템반도체 설계팀인 파운드리디자인서비스(FDS)팀이 이 연구 과제를 담당한다.

삼성전자와 텐스토렌트·그로크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에 활용될 AI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 과제가 양산까지 이어지면 삼성전자가 구축한 5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공정 라인, 2.5D 패키징 설비에서 칩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두 회사와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파운드리 시장에 적잖은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로 촉발된 AI 시장 규모가 커져 두 스타트업의 입지가 강화된다면 일찌감치 협업을 진행한 삼성 파운드리가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회사는 글로벌 AI 업계에서 전도 유망한 업체로 평가된다. 텐스토렌트는 애플·테슬라·인텔·AMD의 최첨단 반도체 설계를 주도해 이 분야의 전설로 통하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다. 그로크는 구글 출신인 조너선 로스가 2016년에 설립한 반도체 회사다. 최근 메타와의 협업으로 엔비디아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텐스토렌트·그로크와의 협력에 대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110조 AI 반도체 시장 꽂힌 삼성…고객사 선점해 파운드리 리더십 노린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위한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으로 AI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해나갈 것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칩 위탁 생산) 사업부를 총괄하는 최시영 사장은 이달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최 사장의 기조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 키워드는 AI였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성장의 핵심 요소로 AI를 꼽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대형 반도체 설계 회사 외에 텐스토렌트·그로크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자체 설계 인프라를 제공하면서까지 자신의 파운드리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데도 이러한 전략이 깔려 있다.



이들이 AI 반도체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파운드리 수주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약 70조 원 규모로 전망되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이 2026년에는 약 11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 서비스,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AI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기술(IT) 먹거리가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관련 반도체 산업도 덩치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선제적으로 협력해 파운드리 고객사로 이끄는 작업은 많은 포석을 깔고 있다. 특히 텐스토렌트와 그로크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서버 안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연산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 설계로 주목받는 회사다. 훗날 데이터센터 회사들이 이들의 칩을 선택해 대량 구매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더없이 좋은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의 성공 사례를 보고 AI 반도체 잠재 고객사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까지 생긴다. AI 반도체로 파운드리 라이벌인 대만의 TSMC를 꺾고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고객사들이 단순히 공동 설계 프로젝트에서 멈추지 않고 양산 단계까지 머물도록 하기 위해 자체 생태계 조성과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첨단 반도체 설계자산(IP)과 설계 서비스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시놉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세미 등과 협력해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인터페이스 IP 생태계를 대폭 확장했다. 이들은 세계 인터페이스 IP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3㎚(나노미터·10억분의 1m)부터 8㎚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는 수십 종의 IP를 협력 범위에 포함해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세미파이브·가온칩스·코아시아 등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회사도 반도체 IP 개발과 함께 고객사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첨단 파운드리 공정 확보에도 열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라이벌인 TSMC보다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한 3㎚ 공정을 양산 라인에 적용했다. 내년 상반기 3㎚ 2세대, 2027년 1.4㎚ 양산 등 TSMC보다 한발 앞서 선단 기술 리더십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 수율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 수율은 75% 이상, 3㎚ 수율은 6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3㎚ GAA 수율이 올라온 삼성전자가 2㎚ 경쟁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대세로 떠오른 칩 결합 기술을 위한 투자 역시 지속하고 있다. 올해 어드밴스드패키징사업(AVP)팀을 조직한 삼성전자는 천안 사업장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칩을 하나로 이어붙이는 패키징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드리→자체 고대역폭메모리(HBM)·기판을 활용한 패키징까지 이른바 ‘턴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사보다 낮은 원가를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국내외 AI 반도체 스타트업과의 협력 외에 대형 팹리스 고객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 사장 등 삼성 파운드리 고위 경영진은 최근 AI 반도체 업계의 선봉장 격인 엔비디아 고위 실무진과 접촉해 대형 파운드리 수주 기회를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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