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용 서버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매출이 내년 2배 성장할 것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차세대 D램 시장이 빠르게 커가는 가운데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진행된 주요 기관투자가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의 비공개 기업설명회(IR)에서 2024년 SK하이닉스 내 두 제품군의 사업 규모가 2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를 불황 극복의 핵심 열쇠로 지목하고 ‘집중 홍보’에 나선 셈이다.
HBM과 DDR5의 가격과 수요는 생성형 AI 열풍을 타고 성장하고 있다.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한 고성능 메모리인 HBM은 기존 D램 제품 대비 5~6배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신 D램 규격인 DDR5 제품 기존 제품인 DDR4보다 역시 15~20% 높은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판매 비중은 물량으로는 1% 안팎이지만 매출 기준으로 보면 10%가량까지 커진다. HBM3와 DDR5 사업 규모가 두 배 확대되면 매출 증가와 손익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6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장에 고부가 메모리를 통한 실적 반등 의지를 내비쳤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발표에서 해당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내용도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HBM2E에서부터 품질 우위로 시장을 선점했고 HBM3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며 “DDR5 시장에서는 양산 공급 능력 측면에서도 올해 하반기까지도 ‘1등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의 경우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있고 협업 중인 파트너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반적인 시장 성장세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전체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 AI 서버용(HBM, DDR4·5 포함) 비중이 올해 17%에서 5년 후에는 38%까지 높아지고 AI 서버 효과로 기인한 신규 D램 수요는 향후 5년간 누적 400억 기가바이트(GB)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생활에 자리 잡는 초기 5년이 지나면 이를 활용하는 수요처와 기기가 늘어나면서 D램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3~5배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밝혔다. 6세대 HBM 제품인 HBM4 양산 목표 시점으로는 2026년을 제시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인 HBM3E 양산 시점인 내년 상반기로 확정한 상태다. 기술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최초 개발한 패키지 기술인 ‘매스 리플로 몰디드 언더필(MR-MUF)’에 칩과 칩을 포개는 기술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차세대 후공정 기법인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SK하이닉스는 HBM4 제품에 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기존 공정인 ‘논컨덕티드필름(NCF)’ 대비 열 방출 효율을 높이고 배선 길이를 줄여 입출력단자(I/O) 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최고 12단인 적층 단수도 16단까지 높아진다.
이규제 SK하이닉스 패키징개발 부사장은 “두 가지 기술 각각의 특장점은 시장에서 선택이 될 것이고 시장에서 선택된 게 자사의 핵심 경쟁력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고부가 D램을 둘러싼 반도체 업계의 기술·물량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 HBM3 양산에 나서는 삼성전자(005930)는 충남 천안사업장에 배치된 HBM 설비 생산능력을 두 배가량 늘리기 위해 수천억 원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4분기부터는 현재 SK하이닉스가 HBM을 독점 공급 중인 엔비디아에도 삼성전자의 HBM3가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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