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으로 44조 원의 적자가 누적된 한국전력(015760)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해 턴어라운드의 서곡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는 최근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따른 연료비 감소, 역마진 구조 탈피 등으로 한전의 실적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개선에 한전채 발행량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회사채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1.23% 떨어진 2만 50원에 장을 마쳤다. 한전 주가가 2만 원대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3월 이후로 보면 11%가량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9%)을 웃돌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한전을 913억 원, 443억 원어치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한전이 바닥을 치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조만간 숙원인 흑자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3분기 한전이 1조 670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1년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한전은 천연가스와 원유 등 발전소를 돌리는 데 필요한 연료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던 2021년 이후 올 1분기까지 44조 679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흑자 전환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MMBtu(가스 열량 단위)당 9달러 중후반까지 치솟았지만 올 들어 안정세를 찾으며 2달러대에 안착했다. 이에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입 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32.43원으로 판매 단가(138.83원)보다 6.4원 낮아져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에 역마진 구조에서 탈출했다. 2분기에도 한전은 2조 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당초 예상보다 1조 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최근 주가 반등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한전의 흑자 전환을 신호탄으로 수익성 정상화 국면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전이 내년에는 4조 949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체제를 마련한 뒤 2025년에는 영업이익이 6조 1551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전 향후 실적 추정치는 석 달 전에 비하면 2024년과 2025년의 경우 각각 111.9%, 87.1% 상향된 것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이에 한전의 목표주가를 최근 2만 2000원에서 2만 5000원으로 13.6% 올려잡았다. 또 메리츠증권은 유틸리티 업종 내 최선호주로 한전을 꼽았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한전의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익으로 기업 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 ‘한전채 블랙홀’ 현상 같은 악재를 걷어내며 채권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한전채 발행량은 11조 4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 2200억 원) 대비 19.6% 줄었고 지난해 하반기(17조 5800억 원)에 비하면 35% 급감했다. 한전은 하반기 채권 발량 물량을 4조 원까지 줄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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