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극한 호우’ 피해 대응에 7조 6000억 원가량의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재해 규모 등을 고려하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자는 야당의 주장도 정부 여당은 일축하고 있다. 다만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 자연재해 발생이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추경병(病)’이 또다시 도질 기미여서 바짝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2000억 원), 행정안전부(1200억 원) 등 각 부처에 3790억 원의 재해대책비가 책정돼 있어 즉각 재해 복구에 사용된다. 행안부에는 재난지원금 등의 목적으로 재난대책비가 1500억 원 편성됐다. 1조 원에 달하는 행안부 재난안전특별교부세도 있다. 기재부에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비 역시 4조 6000억 원이 있다. 일반예비비가 1조 8000억 원이고 나머지 2조 8000억 원이 재난 대책을 위한 목적예비비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 1조 5000억 원(국고채무부담행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들 자원을 모두 끌어모으면 7조 6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한 재원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로 3155억 원, 9월 태풍 힌남노로 244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역대 재산 피해가 가장 컸던 2002년 태풍 루사의 경우 6조 원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가용 재원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속한 집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충분한 재원을 두고도 야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을 틈타 세수 부족 시 추경을 무조건 편성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까지 추진할 태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책 수단이 없는 야당으로서는 민생을 챙긴다는 선점 효과를 챙기고 정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책임한 추경을 반복해 내세우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여당도 손을 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극한 호우에 태풍까지 겹쳐 물가가 뛰고 경기가 악화할 경우 선거를 앞둔 여당 역시 추경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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