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며 긴축적 통화정책이 막바지에 이르자 채권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는 한편 절세가 목적인 고액 자산가들은 장외시장에서 직접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의 가격이 올라 자본소득과 이자소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데 ETF 종목 수 증가와 매매 시스템의 개선으로 접근성도 개선된 영향이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ETF 순자산총액(AUM)은 이달 25일 기준 22조 2000억 원으로 올 들어서만 8조 7800억 원(65.4%) 급증했다. 국내 주식 ETF 순자산이 같은 기간이 16.9%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채권형 ETF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주식 ETF가 330개에 달하는데 채권 ETF는 90개에 그치는데도 자금은 훨씬 많이 몰리는 셈이다.
‘삼성KODEX23-12은행채(AA+ 이상)액티브 ETF’는 연초 이후 25일까지 1조 1540억 원 이상 순유입됐고 ‘삼성KODEX종합채권(AA- 이상)액티브 ETF’는 7200억 원, ‘미래에셋TIGERKOFR금리액티브 ETF’는 7040억 원 이상 각각 유입됐다.
채권 ETF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운용사들도 발 빠르게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90개의 국내 채권형 ETF 중 15개가 올 상반기에 상장됐다. 특히 채권 보유 기간이 긴 장기채일수록 금리 인하 효과가 커지면서 장기채 ETF를 속속 상품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반기 7종의 국내외 채권형 ETF를 신규 출시하며 선택지를 넓힌 결과 7월 초 채권형 ETF 순자산 합계 10조 원을 돌파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 6종, 삼성자산운용 3종, 한화자산운용 3종 등 채권형 ETF를 상장하며 뒤를 이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본부장은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의 상승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며 “하반기에는 채권형 ETF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아예 장외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매입하기도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액은 21조 17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20조 6100억 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장외채권 순매수 주체 개인 비중은 그간 1% 미만이었는데 올 들어 채권 투자에 나선 개인이 늘면서 6%까지 비중이 커졌다. 개인들은 과거 회사채 위주에서 국채나 은행채, 기타 금융채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국채는 2021년까지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거의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급증해 올 들어 가장 높은 순매수 비중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나선 데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절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채권형펀드나 채권형 ETF가 시세차익의 15.4%를 부과하는 반면 채권 직접투자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본이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해 고액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이다.
안성학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의 이해도가 증가하고 시장 상황에 따른 스마트 투자 성향의 증가로 채권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단순한 고수익 채권 상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투자성향, 투자 목적, 기간 등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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