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황제주에 오른 에코프로(086520)가 27일 폭락하며 100만 원대 주가가 ‘9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에코프로 광풍이 한풀 꺾이자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의 2차전지 관련 업체 주가도 추락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반도체 등으로의 자금 유입을 점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날 24만 3000원(19.8%) 급락한 98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8일 종가 기준 황제주에 올랐던 에코프로는 9일 만에 왕관을 내려놨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역시 17.3% 급락해 37만 6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냉기는 에코프로 3형제뿐 아니라 포스코그룹주 등 2차전지주 전반으로 확산돼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한 종목들이 속출했다. 코스피에서는 금양(001570)(-22.5%)과 포스코퓨처엠(003670)(-13.2%)이 수직 낙하했고 LG화학(051910)(-9.6%)과 SK이노베이션(096770)(-8.6%), LG에너지솔루션(373220)(-6.9%), 삼성SDI(006400)(-5.8%), 포스코홀딩스(-5.7%) 등 대형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엘앤에프(066970)가 9.1% 급락했고 나노신소재(121600)는 12.3% 떨어졌다.
에코프로 3형제와 2차전지의 급락은 코스닥 약세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닥은 0.44% 오른 코스피와 달리 1.87% 하락하면서 900 선을 내줬다. 2차전지 관련 소수 종목에 대한 비중이 높은 특성상 급락의 여파가 그대로 지수 하락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상승 종목은 1251개로 하락 종목(290개)보다 크게 많았지만 덩치가 큰 2차전지주가 급락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이 5% 이상 하락할 경우 다음 거래일까지 공매도 제한 조치가 연장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신용 거래에 따른 반대매매 공포 및 2차전지 중심의 고변동성 장세에 대한 우려가 탈(脫)2차전지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금투협에 따르면 25일 기준 신용거래 규모는 석 달 만에 20조 원을 돌파했다. 이 중 10조 1390억 원을 코스닥이 차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홀딩스 등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위험 관리에 나섰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2차전지는 공매도 쇼트커버링 등 수급적인 이슈로 과도하게 상승해 이런 부분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며 “2차전지 업황의 성장세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이전 고점을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에서 빠져나온 수급은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 반도체 등 대형주로 향했다. 특히 이날 2분기 세부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재고가 5월 중 피크아웃했다고 밝힌 삼성전자(005930)가 2.4% 올라 7만 1400원에 마감하면서 ‘7만 전자’를 회복했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000660)도 9.7% 급등하면서 52주 신고가인 12만 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8.8%)를 비롯해 네이버(7%), 카카오(035720)(5.9%), 신한지주(055550)(5.2%), KB금융(105560)(4.2%) 등 대형주들도 나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는 2차전지에서 나온 수급이 2분기 실적을 근거로 실적 개선 대형주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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