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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첫 '서울 언팩'의 한옥과 양갱 [윤기자의 폰폰폰]


지난 2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갤럭시 언팩,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서울광장 행사가 취소됐지만 유튜브 중계로 많은 시민들이 보신 것 같더군요. 세계 각국에서도 주목도가 높습니다. 28일 기준 삼성 글로벌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언팩 풀 영상 조회수는 2000만에 육박합니다. 갤럭시Z 플립·폴드5 광고, 소개 영상의 조회수도 모두 1000만을 상회하더군요.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장 내 인파. 권욱 기자




해외 출장에 나설 때마다 삼성이 한국 기업이고, 우리가 한국인이기에 세계 시장에서 삼성의 지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에서요. 삼성이 ‘빅테크’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가장 글로벌 빅테크에 가까운 기업인 것은 확실합니다.

서울 또한 ‘글로벌 빅시티’입니다. 이번 언팩으로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사실 기자 입장에서 서울 언팩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서울, 코엑스에서 50대 대기업 사장님이 IT 기기를 소개한다’는 문장만 놓고 상상해 보면, 솔직히 그다지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지 않습니까. 서울광장에서 생중계와 축하 공연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식은땀이 다 흘렀습니다. 흔히 말하는 ‘열린음악회’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열린음악회는 물론 좋은 프로그램입니다만, 세계 각지에서 2000명에 달하는 취재진·인플루언서·거래선을 불러와 놓고 보여주기에는 좀… ‘힙’하지 않은 이미지잖습니까. 괜히 서울에 사람들 불러와 놓고는 촌스러운 무대로 부끄러운 모습이나 보이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되더군요.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장의 체험 공간. 한옥을 형상화했다. 윤민혁 기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참석한 언팩은 굳이 ‘국뽕 한사발’을 들이키지 않더라도 훌륭했습니다. 서울의 야경과 수원 삼성 본사를 담은 오프닝 영상부터 시드니 스위니·장원영·손흥민·BTS 슈가 등 스타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연출까지 흠잡을 곳이 없더군요. 현장 반응은 흡사 콘서트에 온 듯 했습니다. 신제품에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을 날리는 외신도 언팩 연출 자체에는 극찬을 보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인 제품 소개 이후가 압권이었습니다. 한옥을 모티브로 한 기기 전시 공간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배경으로 외국인들이 셀카 삼매경이더군요. 오징어 게임의 미술을 맡은 채경선 아트디렉터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차경으로 서울을 드러내고, 소반과 창호에 얹어 기기를 소개하는 아이디어가 환상적입니다. 삼성전자 뉴스룸의 인터뷰를 보니, "전통과 기술이 함께 존재하는 서울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하시네요.



지난 26일 갤럭시 언팩 행사 마무리 후 방문객들을 위해 준비된 양갱 등 한과. 윤민혁 기자


행사를 마치고 준비된 다과에는 가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양갱, 약과 등 한과를 준비했더군요. 수없이 많은 국내외 간담회와 행사를 취재해봤지만 다과로 한과를 낸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외국인들이 이 디저트는 뭐냐며 열광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사실 레시피를 생각하면 한과가 맛 없기 힘들죠.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스티커 등 ‘굿즈’도 한옥과 서울을 모티브로 만들었더군요. 한국과 서울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외신 기자들도 서울이 퍽 만족스러웠나 봅니다. 언팩을 취재하러 온 글로벌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의 루크 길로리 기자는 아예 ‘서울찬가’를 써놨더군요. ‘삼성과 (많은) 소주와 함께한 서울에서의 7일(7 Days in Seoul with Samsung and (Lots of) Soju)’이라는 이 기사 도입부는 아예 청담동 바(Bar) 방문입니다. 고작 70달러에 살면서 마셔본 가장 맛있는 술을 마셨다더니, “서울은 술 마시고 늦게까지 나가 놀기 X나 좋은 도시”, “길 찾기 쉽고 귀여운데다 물가도 저렴하다”, “서울 꼭 가봐라. 가보면 형편없는 미국 도시에 대한 새로운 혐오감이 생길 거다”라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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