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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원금손실 공포…홍콩H지수 상품 첫 40억 날렸다

홍콩H지수 고점 대비 반토막

원금 40%에 달하는 금액 손실

내년 만기 돌아오는 상품 16조

대규모 손실 사태 직면할수도


하나은행이 2021년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이달 40억 원 규모의 첫 원금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H지수가 중국 당국의 규제와 경기 부진 등으로 2021년 이후 부진을 지속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와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이 16조 원이 넘어 대규모 손실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증권거래소 전경. 사진 제공=로이터




3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에서 2년여 전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펀드(ELF)에서 40억 3000만 원 규모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총 103억 원 중 약 40%에 가까운 금액이다. 해당 상품은 DB금융투자·BNK투자증권 등 10곳의 증권사에서 2021년 1월 발행한 만기 30개월짜리 사모 ELS를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통상 6개월마다 돌아오는 기준일에 기준 가격을 충족하면 정해진 수익률로 조기 상환된다. 원금 손실 구간은 기준가의 통상 45~55%로 설정된다. 주가가 반 토막이 나지 않는 한 연 6~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홍콩H지수가 2021년 고점 대비 실제로 반 토막이 나면서 원금 손실이 현실화됐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 2000 선을 돌파한 뒤 하락세를 지속하다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2006년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 5000 선이 붕괴됐다. 이후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올 1월 7700대를 고점으로 다시 하락 전환해 이날 오후 3시 33분(현지 시각) 기준 6906.09에 거래됐다.





홍콩H지수 기초 ELS가 대거 손실 위험에 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수 특성상 중국 정부의 규제 영향권 안에 있는 데다 50개 종목으로만 구성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5년에도 5월 1만 5000 선을 넘봤던 지수가 불과 9개월 만인 2016년 2월 7500 선까지 곤두박질치며 원금 손실이 속출했다. 당시 홍콩H지수 관련 ELS를 집중 발행했던 한화투자증권은 ELS 운용 손실로 2016년 별도 기준 19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 물량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만큼 이번 손실을 시작으로 2015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만 2조 3000억 원, 내년에는 13조 9000억 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통상 ELS의 만기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이 증시가 호황이던 2020년 말~2021년에 발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F·ELT와 4대 증권사(미래에셋·NH·KB·삼성)가 발행한 ELS의 만기도 내년 중 각각 13조 5777억 원, 2조 3880억 원이 도래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만 8조 8000억 원 규모 물량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들의 상환 여건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가 1만~1만 2000 선에 거래돼 고점을 기록한 만큼 투자자들은 상투를 잡은 셈이다. 손실 구간이 55% 수준인 상품의 경우 현재 지수(6900대)에서 300~1400포인트가량만 떨어져도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ELS는 상대적으로 고연령대가 투자를 많이 하고 조기 상환을 통해 계속 재투자를 이어갔던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만기 도래 시점까지 홍콩H지수가 의미 있는 반등을 하지 못할 경우 일부는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다만 최근 홍콩H지수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상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홍콩H지수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24일부터 이날까지 10% 넘게 올랐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의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만기 시점에는 상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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