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금융 당국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은행업 경쟁력 강화’였다. 2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은행의 과점 체제 해소를 주문하면서다. 이에 당국은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총 4개월 동안 15차례의 회의를 진행한 끝에 ‘종합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개선 대상이 된 은행도, 은행의 과점적 지위를 파고들려는 비은행도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월 초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과제 개선 방안에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ATM 수수료, 외환 수입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는 현행 유지 또는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대형 은행의 경우 수수료 수익이 핵심 비이자 수익 중 하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더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이 제시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들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투자일임업’ 허용은 사실상 장기 과제로 남았다. 금융위는 “(은행의) 투자 일임업 허용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성과를 봐가며 추후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하게 확대하는 것은 수익 구조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일인데 애초부터 몇 개월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비은행권에서 당초 ‘은행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던 내용들도 최종안에서는 사실상 다 빠졌다. TF 회의 초반만 해도 카드·증권·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비은행의 정책자금 대출 및 정책 모기지 업무 범위 확대, 스몰라이센스 도입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모두 유보되거나 형식적인 언급에 그쳤다.
일례로 최종안에는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 허용하겠다고 명시했지만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사실 수요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 경영 전략을 짜는 데 있어 금융 당국의 ‘허용’ 메시지를 어느 선까지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