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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테러에 '살인 예고'까지…"걷다가도 뒤가 서늘"

■묻지마 테러 공포…모방범죄·가짜뉴스 비상

서현역 사건 후 "집 나가기 무서워"

잠실역 등 살인예고 글만 30여건

경찰, 살인예비죄 적용 등 엄정대응

지하철역 등 1.2만명 투입 경계 강화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3일 서현역과 연결된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시민 1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범인이 갑자기 그냥 칼을 휘두른다고 생각하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들고 있는 휴대폰이 자꾸 칼처럼 보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4일 오후 1시 30분 구로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충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다.

서대문역 1번 출구에서 만난 대학생 주 모 씨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살인 예고 글이 무분별하게 확산하자 불안해졌다. 그는 “이번 주말이 생일인데 살인 예고가 계속되니 집 밖에 나가기도 겁난다”고 하소연했다.



3일 서현역 부근 백화점에서 칼부림이 벌이진 데 이어 이날에도 유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과 장소를 가리지 않은 동시다발 테러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한 살인 예고 게시물이 SNS에 쏟아지면서 아예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서현역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전 10시 3분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는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남성이 시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신림동과 서현역 테러를 모방한 살인 예고 글도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에 따르면 살인을 예고한 모방 범죄 글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8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6명은 검거한 상태고 나머지 22명은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살인을 예고한 글. SNS 캡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등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부천시 호신용품점 네오플렉스에서 직원이 가스총·전기충격기·삼단봉·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꺼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이 전날 전담 대응팀 구성과 엄정 처벌을 강조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3일 오후 7시께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오후 11시께는 디시인사이드 한석원 갤러리에 ‘내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4일 오전 2시 10분에는 윤석열 대통령 집 앞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글도 등장했다. 수도권 외 지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오전 1시께 디시인사이드에 ‘내일 서면역 5시, 흉기 들고 다 쑤시러 간다’는 제목의 글이 소개됐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악용한 가짜 뉴스도 기승을 부렸다. 이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4일 오전 11시 22분께 포천 내손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취한 40대 남성이 흉기로 위협해 3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확산돼 큰 소동이 일었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이 민심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만큼 엄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경찰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이에 대해 형법상 협박이나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하고 살인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형량이 무거운 살인예비죄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살인 예고 장소에 대한 경찰 활동도 강화된다. 인파가 밀집하는 광장이나 지하철역·백화점 등을 중점으로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 2000여 명이 투입된다. 전국 13개 시도 경찰청에 완전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99명도 배치,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히 현장에 출동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살인 예고 글이 단순한 경범죄가 아닌 사안이 됐다”며 “해당 범죄를 국법 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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