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7월 수해 현장을 찾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달 20일에는 충북 괴산 하수처리장 침수 현장을, 24일에는 꼭두새벽부터 경북 예천을 방문해 환경공단의 수해 복구 작업을 점검했다.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하면 환경공단은 하수처리 시설 점검이나 산사태로 인한 폐기물 처리 등에 나서야 한다.
이달 4일 서울 여의도 기후대응기금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안 이사장은 “수해 현장에서 물 관리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또 한번 느꼈다”고 운을 뗐다. 안 이사장은 “최근 강우 패턴이 이상기후로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며 “당장 침수 예방 측면에서 도시에서 강으로 물을 배출하는 하수 인프라의 역할이 커진 만큼 도시침수예방사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침수예방사업은 하수관로 확충, 저류 시설 설치, 빗물 펌프장 설치 등을 통해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다. 그는 “우리 공단이 현재까지 총 25군데에 도시침수예방사업을 진행했는데 이 중 침수된 곳이 하나도 없었다”며 “사업 효과가 입증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환경공단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맡던 물 관리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스마트한 관리가 필요하고 재활용 등과 연계된 자원 순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도 필수다. 외부 평가도 좋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94개 준정부기관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A(우수)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안 이사장은 “환경공단의 역량을 높이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 중립 이행에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안 이사장에게 환경공단의 비전에 대해 물어봤다.
수질 관리가 이상고온과 산발적 집중호우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당장 녹조가 심각하다. 안 이사장은 이 문제에서도 환경공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각 유역별로 하수도 운영·관리를 지원하는 ‘유역하수도지원센터’의 출범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이사장은 “올해 마련한 한강을 필두로 내년에는 낙동강과 금강에도 꾸리는 등 4대강 유역별로 유역하수도지원센터를 출범할 것”이라며 “유역하수도지원센터를 통해 유역 차원의 오염원 관리는 물론이고 도시 침수와 관련한 종합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공단은 유역하수도지원센터를 단위 유역별로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지속해서 오염 배출량을 줄이도록 관리하는 수질오염총량제와 연계할 계획이다. 안 이사장은 “수질오염총량관리제의 역사가 굉장히 오래돼 환경부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유역하수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유역별 오염원 관리와 도시 침수 예방을 도모하는 데 더해 수질오염총량관리제까지 고도화하면 우리나라의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업무의 ‘디지털 전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간 폐기물 업체 등이 처리량을 거짓으로 입력할 때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미비해 허점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안 이사장은 폐기물의 배출·운반 등 사업장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을 단계별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인 ‘올바로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안 이사장은 “올해부터 배출·운반·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동 전송하도록 하는 폐기물 처리 현장 정보 시스템을 시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폐기물 인계서와 대장 작성 등을 하나로 모은 ‘차세대올바로플랫폼구축사업’을 2025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한다”며 “디지털 전환과 자원 순환을 결합해 사업장 폐기물 처리를 촘촘히 감시하고 사업장의 정보 입력 편의성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생활 폐기물에도 이런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재활용·종량제·음식물로 나뉘는데 현재는 이것들이 각각 얼마나 배출되고 처리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각 폐기물별 배출·수거·운반·재활용·처리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관련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공단은 기후변화, 탄소 중립과 직접 관련된 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후대응기금을 수탁 운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감축,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제도·인프라 구축 등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약 2조 원의 기금이 모였다.
안 이사장은 “우리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보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구현하자는 것인데 그 도전적인 목표에 비하면 기금 규모가 굉장히 작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선 기금 규모를 어떻게 늘릴지, 조성된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서는 기후대응기금의 용처를 녹색 기술 R&D와 교육·홍보 등 총 7개로 구분한다. 산업계에서는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후대응기금 중 녹색 기술 R&D에 투입되는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 이사장은 “전체 기금 중 녹색 기술 개발 쪽에 쓰이는 비중을 보면 23.7%로 낮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워낙 기금 규모가 작다 보니 이 비중도 R&D비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기금 규모 확대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탄소 중립 관련 R&D 재원을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하는 관련 자금 규모가 훨씬 큰데 이쪽에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기후대응기금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며 “기후 관련 시민·기업 교육 홍보는 물론이고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 입지한 지역의 경제가 탄소 중립 이행 과정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금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는 각 정부 예산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안 이사장은 “지금은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국한해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감축하지도 않는 사업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사업의 예산도 미리 검토할 수 있는 여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마련한 곳들이 있는데 우리 시각으로 보면 다소 포괄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 예산에 대해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를 운영하며 마련된 시스템을 지자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공단의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안 이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단이 보유한 인재 풀이다. 환경공단에는 30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데 이 가운데 약 800명이 석·박사 소지자거나 기술사 보유자일 정도로 전문성이 높다. 수도권인 인천에 위치한 공공기관이라는 점, 국내 환경 관련 업무를 총망라한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환경공단의 박사 출신 과장이 설립한 사내 벤처가 필립모리스·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미세 조류를 활용한 탄소포집활용(CCU) 신기술 실증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안 이사장은 “덕분에 오랜만에 어깨가 으쓱해졌다”며 “이번 실증 사업의 환경성과 경제성을 다시 평가해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면 사업화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환경공단은 2010년 한국환경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이 합쳐져 설립됐다. 그러다 보니 두 기관 간에 상이한 급여 수준과 직급 체계가 통합을 저해하는 독소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간 이어져온 화학적 결합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지난해 초 두 기관 소속 노조가 통합 출범한 것을 계기로 공단 분위기도 사뭇 바뀌고 있다는 게 안 이사장의 생각이다. 인천 서구의 종합환경연구단지에 자리 잡아 양질의 인재가 선호하는 환경이라는 점도 환경공단의 장점으로 꼽힌다. 안 이사장은 “하나의 기관으로서 최근 들어 (직원들이) 귀속감을 부쩍 더 가지는 것 같다”며 “이제는 ‘어떤 기관 출신이냐’가 중요하지 않고 실력 위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우리 공단이 환경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70m 굴뚝을 타고 올라가 다이옥신 측정을 하는 등의 험한 일도 많다”며 “자긍심을 갖고 일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 최근에는 우수한 직원들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He is…
△1963년 전남 순천 △1984년 서울대 해양학 학사 △2002년 독일 에센대 응용생태학 박사 △2017년 환경부 차관 △2019년 국회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장,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2021년 환경보전협회 회장 △2021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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