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건전성 핵심 지표인 경상수지가 더 이상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전망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로 생산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흑자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외국인 채권 투자 확대 등 외환 수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는 향후 경상수지 흑자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캐나다·호주 등 경상수지 적자 또는 소규모 흑자 국가들의 외환 수급이 안정적인 것은 투자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인데 우리는 흑자가 점차 줄어드는데 오히려 해외 주식투자가 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줄면서 외환 수급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상수지는 올해 1분기 45억 7260억 달러 적자로 17년 만에 최대 분기 적자를 냈다. 5월 경상수지가 19억 272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으나 연간 전망치인 24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전망을 달성한다고 해도 2020년(759억 달러)·2021년(852억 달러)과 같은 대규모 흑자는 물론이고 지난해(298억 달러)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내부에서 경상수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창용 총재는 6월 창립 기념사에서 “이제까지는 기조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대규모 유동성이 계속 공급됐으나 대내외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상수지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경상수지 규모가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구조 변화다.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저축이 감소하면 경상수지 흑자 감소 또는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상수지 부진은 성장률 영향은 물론이고 원화 절하 압력을 높이면서 물가·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외환 수급이 안정적이나 대부분 단기 자금이라는 점에서 장기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는)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의 안정적 순유입이 외환 수급 구조 안정화 대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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