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역 인근 무궁화호 탈선 사고는 열차를 다른 궤도로 옮기는 설비인 ‘분기기’의 레일 부위가 ‘부식 피로’로 인해 부러졌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식 피로는 금속이 습기 등으로 부식되는 환경에서 반복적인 응력(외부 압력에 저항하는 힘)을 받아 피로와 부식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8시 52분께 용산발 익산행 무궁화호가 영등포역 진입 중에 궤도 이탈한 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당시 이 사고로 열차 승객 275명 가운데 80명이 다쳤고 열차·시설 파손 등으로 총 21억 8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9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사고는 분기기의 일부인 텅레일(tongue rail·분기점에서 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레일)이 부식 피로 축적으로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이 지점을 시속 67㎞로 달리던 열차는 객차 5량과 발전차 1량이 기관차에서 분리돼 선로 왼쪽으로 이탈했다고 사조위는 밝혔다.
텅레일이 부러진 배경으로 사조위는 구조적 문제 등의 물적 요인과 정비 미흡을 비롯한 인적 요인을 모두 지적했다. 사고 지점 분기기의 전체 길이(26m)가 권장 설계기준(38~47m)에 비해 짧았고 텅레일의 단면적은 일반 레일보다 작아 피로에 더욱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분기기 앞뒤로 곡선 선로가 있어 불가피하게 짧은 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사고구간에는 열차가 하루 174번으로 일반철도 구간 중 가장 많이 통과하는 데다 하중이 큰 열차가 많이 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KTX와 새마을호 등 다양한 열차가 운행하면서 바퀴가 레일의 각각 다른 부위에 접촉해 레일 표면에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약 6개월 전부터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점검에서 문제의 텅레일에 표면 결함이 여러 차례 발견됐으나 레일 연마나 교체 등 정비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선 선로 관리 지침에는 레일 표면 결함에 대한 구체적 정비·관리 기준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6일 전에 이뤄진 분기기 정밀 점검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인 코레일에 5건, 국가철도공단에 3건 등 총 8건의 안전 권고를 내렸다. 코레일에는 분기기 점검에서 레일 표면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 분석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비 방안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또 일반 레일뿐 아니라 분기기에도 레일의 세부 결함을 초음파로 검측하는 ‘위상배열 탐상 장비’ 등을 도입해 정밀 점검을 하고 권장 기준보다 길이가 짧은 분기기는 적정 규격으로 교체하는 방안 등을 권고했다.
사조위가 앞서 사고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8일 코레일에 텅레일 관련 긴급 안전권고를 내린 뒤 코레일은 전국 본선 1만 1876개의 텅레일을 특별점검해 결함이 있는 경우 교환·보수 등 조치를 마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발생한 경부일반선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 사고와 관련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지적 사항이 빠르게 조처되도록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사고 이후 즉시 민관 합동 특별점검을 실시한 뒤 전국 모든 분기기의 위험한 부분을 교체하고 연마·용접 등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5월에는 ‘선로 유지관리 지침’을 개정해 분기기에 대한 초음파 탐상(비파괴 검사)을 의무화하고 분기기 점검·교체 기준을 구체화했다.
선로 관리를 강화하고자 고속선에만 적용하던 레일 표면결함 보수·교체기준은 일반선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고속열차 운행 비율이 절반을 넘거나 설계속도가 시속 200㎞가 넘는 ‘주요 일반선’은 초음파 탐상 주기를 기존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고 레일 연마 작업도 의무적으로 도입했다.
국토부는 아울러 강화된 지침에 따라 2026년까지 레일연마차, 초음파검사장비 등 유지보수 장비 도입을 확대하고 추가로 필요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나머지 권고사항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사조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사고 6일 전 있었던 정밀 점검과 관련 사후 조치에서의 관계자 과실 여부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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