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채권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통화정책을 일부 수정했으나 과거 긴축 전환 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했던 만큼 정책 전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13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2023년 하반기 일본 경제 전망’을 통해 “일본은행은 성급한 정책 전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완화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현재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2000년 8월 제로금리 탈피, 2006년 3월 양적완화 중단 등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했다가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다시 완화정책으로 되돌아 온 경험이 있다.
일본은행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 단기 정책금리(-0.1%)와 함께 수익률곡선관리(YCC)로 0% 수준의 장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 등 시장 변동성 확대돼 통화정책 전환할지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채권시장 왜곡 등 YCC 정책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은 내년 1.9%, 2025년 1.6% 등으로 물가 목표를 여전히 밑도는 만큼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임금 상승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상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내년 임금협상 결과를 확인한 이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엔화 약세에도 수입물가가 하락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줄어드는 등 대규모 완화정책의 부작용 우려도 축소됐다.
한은은 올해 초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내년 기업 실적 악화와 물가 상승률 둔화 등으로 임금 상승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 임금 인상분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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