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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상속세…미래 투자커녕 '탈법' 내몰려

■기업가정신 가로막는 세금

최고세율 60%…세계서 가장 높아

풍비박산 막으려 '탈세 유혹' 빠져

중소 제조 기업이 몰려 있는 인천 남동공단 전경. 연합뉴스




재계에는 우리나라 제조업을 위협하는 세금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24%)나 경쟁 국가에 뒤처지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기업 지원보다 상속세 부담을 지목하는 경영인들이 많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올 6월 조세정책토론회에서 “상속세 제도를 개선해야 기업 활력을 높이고 국가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상속세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자 중 30.7%가 60세 이상 노인이다. 창업자들은 늙어가고 있는데 상속세 최고 세율(대주주 할증 시 60%)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보니 기업을 물려주기는커녕 차라리 상속 포기를 택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게 세무 업계의 진단이다.

이장원 장원세무소 대표세무사는 “특히 코로나19 기간 갑자기 사망하는 고령 기업인들이 늘면서 상속세가 너무 높아 집안이 풍비박산 나다시피 하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또한 세법상 비상장 주식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경우가 많아 기업 상속에 극도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비상장 주식은 당연히 실거래 사례가 없기 때문에 자산가치와 회사 손익을 가중 평균해 가치를 매긴 뒤 이를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되는데 피상속인이 생각하는 회사 가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책정되는 사례가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다수다. 여기에 세계 최고 상속세율까지 더해지면 회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제조업 경영인들은 토로하고 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과거 회사를 매각했던 밀폐 용기 제조 업체 ‘락앤락’이나 국내 1위 콘돔 업체 ‘유니더스’ 같은 곳은 차라리 운이 좋은 사례다. 국내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상속세를 마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회사를 사줄 투자자도 찾지 못해서 아예 상속을 포기하거나, 아들 명의의 회사를 별도로 세워 아버지 회사가 올리던 매출을 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사실상의 ‘탈법’ ‘탈세’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사후 12조 원의 세금을 물게 된 삼성 일가나 세금을 낼 도리가 없어 2대주주가 기획재정부가 된 넥슨 등의 사례를 보면서 어떤 기업인이 투자를 늘리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느냐”며 “세금 제도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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