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등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심리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그러나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는 오히려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1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지수 수준은 석 달째 100을 상회했으나 6개월 만에 소폭 하락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2년 12월)인 기준값(100)보다 크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조사한 만큼 중국 부동산 위기 등이 제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소비심리 회복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가 부진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약해진 것도 영향을 줬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집중호우나 폭염 등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석유류 가격도 오르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예고나 지역마다 상하수도나 교통·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겠다는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경기판단(72)과 향후경기전망(80)은 각각 4포인트, 1포인트씩 하락했다.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호전되고 있으나 중국 경기가 부진하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수출과 반도체 회복이 더뎌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에 금리수준전망은 118로 전월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4연속 동결됐으나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가 오른 것도 영향을 줬다.
경기가 부진하고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면서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심리는 강해졌다. 주택가격전망은 전월보다 5포인트 오른 107로 2022년 5월(111)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61)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100수준을 크게 넘어선 셈이다.
황 팀장은 “전국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도 상승 반전하는 등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으로 주택가격전망이 상승했다”며 “심리가 기울었다고 볼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 흐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