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부동산 위기로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반도체 가격 회복마저 지연되면서 제조 업체들의 체감경기가 빠르게 꺾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물가와 수요 감소 등으로 비제조 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기대한 ‘상저하고’ 경기 흐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8월 전 산업 업황 실적 BSI는 71로 전월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장기(2003~2022년) 평균인 77보다 낮을 뿐 아니라 올해 2월(69) 이후 6개월 만에 최악인 수준이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제조업 업황 실적 BSI는 67로 전월보다 5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장기 평균인 79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2포인트)보다 중소기업(-8포인트) 체감경기가 크게 후퇴했고 수출 기업(-4포인트)과 내수 기업(-5포인트) 모두 악화했다.
세부적으로는 반도체 가격 회복이 지연되고 수주도 줄어들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포인트 꺾였다. 정부와 한은이 내놓은 ‘상저하고’ 전망의 가장 큰 근거가 되는 반도체 경기 반등이 예상보다 더뎌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 철강 수요 부진과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1차 금속마저 12포인트나 하락했다. 중국 내수 회복세 지연의 여파로 화학물질·제품은 8포인트 내렸다.
비제조업 업황 실적 BSI는 75로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들자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11포인트나 떨어진 영향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여러 가지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중국발 리스크, 수출 회복 지연 등으로 주력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등 가능성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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