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난민들끼리 (처우를) 비교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일등 난민, 이등 난민 나누지 말고 똑같이 대우해줬으면 좋겠어요.”
독일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미트라 하시미 씨는 “이번에 우크라니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캠프를 다 비우게 한 데다 우크라이나 난민에게는 정치적·법적 특혜를 부여해 일도 바로 할 수 있게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년 6개월가량의 피란 생활 기간에 터키·그리스·스웨덴 등을 전전하다가 11년째 독일에서 체류하고 있다. 현재는 오랜 경험을 살려 아프가니스탄 여성 난민의 정착을 돕는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질 떨어지는 일자리, 지지부진한 망명 심사에 진저리가 난 그의 눈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에 대한 과도한 배려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 감소를 겪고 있던 독일 정부가 난민을 적극 수용하며 해결책 모색에 나섰지만 이민자 사회 내 계층화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이 우크라니아인에 대해 두 팔을 벌리는 데는 ‘우리(유럽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EU는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사태에 임시보호명령(Temporary Protection Directive)을 사상 처음 적용했다. EU 외 국가에서 온 난민 등에게 거주 허가증과 취업, 사회복지, 치료, 미성년자에 대한 교육 등과 같은 임시 보호를 제공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공식 망명 신청 없이도 최장 3년간 EU에 머물 수 있으며 제한 없이 독일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독일 최대 난민 구호 단체 ‘프로아질(Pro Asyl)’조차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간소화된 절차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전쟁을 피해 도망쳤더라도 동일한 선택권이 없는 제3국 출신의 사람들이 있다”고 경고한다.
저출산·고령화 난제를 독일식 해법으로 풀려는 우리나라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원주민과 이민자 간 갈등뿐 아니라 이민자 간 차별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경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은 “이민자에 대한 정주 여건과 법제도 측면에서 지나친 차별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고숙련·전문직 유치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 관련 정책을 짜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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