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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모님’ 12월 온다는데…“월급 비싸서 못 쓴다” 실효성 논란

정부·서울시, 12월부터 100명 대상 시범도입

시간당 1.5만원보다 낮게 유도…재정지원 없어

'파트타임제'로 부담낮춘다지만 일반가정 시큰둥

전문가 "최저임금제 풀고 월 100만원 정도돼야"

이성희(가운데)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시 하이메트를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용노동부




“한 달에 200만 원은 비싸죠. 의사소통도 잘 안 되고 아기 맡기기도 불안하잖아요.” (생후 5개월 자녀를 둔 30대 여성)

“비용을 더 줄여야 한다고 봐요. 정부와 본인 부담 절반씩 100만 원 정도면 할 것 같아요.” (1세·4세 자녀를 둔 30대 여성)

정부와 서울시가 12월부터 가사와 육아를 돕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지만 비싼 인건비로 인해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국내 가사도우미 서비스 시세인 시간당 1만 5000원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비용을 유도하겠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파트타임제 도입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정 지원 방안은 빠져 있어 수요자가 정부 예상 가격을 부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를 풀지 못하면 결국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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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제39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및 제2차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 12월 서울시를 대상으로 100명 규모로 이뤄질 예정이다. 가사관리사는 만 24세 이상 외국인 중 관련 경력, 지식과 어학 능력을 평가하고 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과 마약류 검사를 한 뒤 선정할 예정이다. 20~40대 맞벌이 부부, 한 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등을 대상으로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서울시, 서비스 제공 인증기관 등과 협업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을 시세보다 낮게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 기준 가사관리사는 내국인 입주형 350만~450만 원, 중국동포 입주형 250만~350만 원 정도다. 파트타임은 대략 시간당 1만 5000원이다. 정부는 시세보다 낮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파트타임제도를 도입하면 일반 가정에서 지급하는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전망만 제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온종일 도우미를 고용하면 200만 원이 넘지만 평일 하루 4시간씩만 이용하면 월 100만 원 정도로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일반 가정에서는 비싼 비용이 여전한 걸림돌이라는 입장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외국인을 집에 들여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한 신뢰 문제와 문화적 차이 등 불편함이 있지 않으냐”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는 이유는 낮은 비용 때문인데 최저임금 이상이면 굳이 내국인 대신에 사용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역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왜 맞춰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월 200만 원을 지급한다면 필리핀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대우가 좋은데 일반 가정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해 최저임금 제외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홍콩·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은 약 40만~70만 원”이라며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국내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면 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도 “홍콩은 가사도우미의 상대임금이 1990년대 들어 30~40% 수준으로 줄면서 수요가 늘어났다”며 “한국도 가사도우미 임금이 월 100만 원 정도에 머물러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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