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 부산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조용한 어촌 마을 일대가 동남권 항공교통의 중심지로 변모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일대 산봉우리를 절개한 뒤 바다를 메워 667만㎡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을 조성하게 된다. 박용남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사업총괄처장은 “길이 3500m, 폭 45m의 활주로가 현재 바다 위에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13조 7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사업이다.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현재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이 일대 주민들에 대한 토지 수용 등 보상 절차도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공단은 10여년 전 폐교된 천가초등학교 대항분교 건물을 수리해 현장 지원업무와 주민 보상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주민 보상비용은 47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은 “올해 공항 건축물의 기본 설계와 인허가 작업,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가덕도 주민들도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협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향후 부산을 비롯해 울산, 경남 등 남동권 일대의 관문이 될 예정이다. 지난 2002년 김해공항의 포화 문제 등으로 처음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숱한 변경을 겪다 2021년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사업이 최종 결정됐다. 공항 운영을 본격 개시하면 연간 1230만 명의 국제선 여객과 26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이사장은 “신공항을 거점으로 지역 성장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약 84개월의 공사기한을 차질 없이 끌고 가 목표한 대로 개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항은 부산항 신항과 인접한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해운과 철도, 항공을 연계한 물류 허브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박 처장은 “부산항 운송 물량을 공항 물류센터에서 보관한 뒤 해외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항공으로 운송하는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며 “가덕도를 중심으로 한·중·일을 하나의 물류 시장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지난해 말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안전성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철새는 물론 대형 조류인 가금류의 활동 반경에 포함되는 만큼 항공 운항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이사장은 “예산이 허용하는 한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충돌 가능성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또 윈드시어 가능성 등으로 인한 활주로 방향의 문제에 대해서도 “1997년부터 2023년까지의 풍향 자료를 토대로 안전한 활주로 방향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활주로 전장을 현재 계획한 45m에서 인천국제공항과 동일한 60m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운항 규정에 맞춰 이뤄진 것이며 예산이 주어진다면 (활주로 전장 확대도) 고려할 만하다”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에 이를 반영할 지도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공항으로의 접근성 개선도 핵심 사업 중 하나이다. 부산시는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부산역과 가덕도 신공항을 잇는 차세대 급행철도(BuTX)를 반영했다. 차량은 대심도 수소 열차를 투입할 계획인데 민자 적격성 심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 이사장은 “부산시의 계획대로 이뤄지면 부산역과 북항 일대에서 가덕도 신공항까지 17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며 “다만, 신설역이 얼마나 생길지에 따라 최종 소요시간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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