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코닝의 우정 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닝은 TV·PC·스마트폰 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기판 유리와 스마트폰용 커버용 강화 유리 고릴라 글라스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장은 “어젯밤 코닝 회장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창문 밖을 보니 슈퍼문이 떠 있었다”며 “그걸 보며 함께 겪었던 많은 일들, 가슴 뭉클했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삼성과 코닝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이어 “코닝은 50년 전 지구 반대쪽에 있는 가난한 나라의 3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줬다”며 “삼성은 그 덕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코닝과 삼성의 인연은 50년 전인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브라운관 제조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부품인 벌브 유리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삼성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코닝과 합작해 삼성코닝을 설립하며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 직접 생산에 나섰다. 1995년에는 삼성과 동일 지분투자로 삼성코닝정밀유리를 설립해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유리 제조를 시작했고 2012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합작해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를 세웠다.
2014년부터는 코닝이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100%를 인수하며 사명을 코닝정밀소재로 바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코닝 지분 9.45%를 보유한 2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삼성의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폴드5, Z플립5에도 코닝의 최첨단 소재 기술로 만들어진 ‘고릴라 글라스 빅투스2’가 적용됐다. 내년 스마트폰 신제품에 사용될 신소재도 양 사가 공동 개발한다.
코닝이 한국에서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며 양 사의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닝은 이날 행사에서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생산 기지와 제품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닝의 글로벌 생산 거점 중 벤더블 글라스 소재의 용해부터 성형, 가공, 최종 생산까지 이어진 공급망을 구축한 곳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는 올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코닝이 5년간 한국에 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의 일환이다.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는 휘어지는 특성을 지닌 유리 소재로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첨단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사용된다. 코닝과 삼성의 협력 범위가 모바일과 TV에서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으로 폭넓게 확대될 것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양 사 회장은 2014년에도 회동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터치 스크린 기술을 논의한 바 있다.
웬들 위크스 코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코닝은 최신 혁신 기술을 통해 첨단 모바일 기기 디자인과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것이고 한국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제조 허브가 될 것”이라며 “첨단 기술 주도 성장에 대한 한국의 의지와 우수한 인적 자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 덕분에 삼성과 같이 한국의 소중한 고객사 및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 행사에는 위크스 회장과 이 회장을 비롯해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수봉 코닝정밀소재 대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등이 참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