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세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1~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가 35억 달러를 넘어가면서 다시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었는데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겁니다. “7~8월은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 탓에 적자가 날 수 있다”며 잔뜩 밑밥을 깔아놨던 정부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한 달 새 15% 늘면서 개선세인 데다 자동차 수출이 역대 8월 실적 중 1위를 달성하는 등 전체 수출을 견인했기 때문입니다. 여세를 몰아 11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중인 수출 증가율도 조기에 플러스(+)로 전환될 지 관심이 쏠립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한 518억7000만 달러, 수입은 22.8% 감소한 510억 달러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이로써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8억7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습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면서 생긴 ‘불황형 흑자’이긴 하지만 6월과 7월에 이은 3개월 연속 흑자입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29%), 자동차부품(6%), 일반기계(8%), 선박(35%), 디스플레이(4%), 가전(12%) 등 6개 품목에서 수출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기록 중입니다. 반면 반도체(-21%), 석유제품(-35%), 석유화학(-12%), 철강(-10%) 등은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다만 반도체 수출은 D램·낸드플래시 등 제품가격 하락에도 7월과 비교해 15%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2%), 유럽연합(EU·3%), 중동(7%) 등에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중국(-20%)과 아세안(-11%)에서 수출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대(對)중국 무역적자 폭은 줄였습니다. 3월 27억1000만 달러→4월 22억7000만 달러→5월 17억9000만 달러→6월 13억 달러→7월 12억7000만 달러→8월 11억9000만 달러로 완연한 감소세입니다.
아세안 수출의 51%를 차지하는 베트남 수출도 살아날 조짐입니다. 대베트남 수출은 디스플레이·일반기계 수출 호조에 힘입어 9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조심스레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의 공장’ 베트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징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일 “10월 정도부터는 11개월 동안 지속된 수출 마이너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전망하고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고삐를 더 죄기로 했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방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 정부도 수출을 총력 지원할 것”이라며 “9월 초 범정부 수출 활성화 지원방안을 마련해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무역금융·마케팅·해외인증 등 수출지원기반 보강, 수출기업 현장애로 해소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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