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이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고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정부는 해외투자를 유치해 추가 탐사 시추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동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 잠정적인 가스 징후를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다만 시추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원개발사에서 첫 시추에 경제성이 확인되는 경우는 없다”며 “이번에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차 시추부터는 성공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8월까지 1차 시추 시료 정밀 분석을 진행하면서 2차 시추를 위한 해외 투자자 유치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대왕고래 무산 막전막후 -없던 간담 자처 "국민께 정보 제공" -탄화수소 포화도 등 기준 못미쳐 -산업부 "오류 보정 기회 삼아야" -6개 유망구조 시추 여지는 남겨 -추경서 관련 예산 확보 '적신호'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에 해당하는 가치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가 발표된 직후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 시총을 기준으로 보면 220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하지만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료 분석 등 최종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스 징후의 규모가 작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게 산업부의 공식 입장이다.
관가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공무원들이 매장 발표부터 경제성이 낮다는 선언까지 지나치게 서둘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산업부는 당초 올 5~6월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혀왔으나 6일 돌연 예고도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가장 초기 단계인 1차 시추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밀 검토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게 공무원들의 일반적인 행동인데 기자들과 만나 ‘유의미한 가스 징후가 없었다’고 김을 빼놓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긴급 발표를 한 뒤 나온 결과치고는 지나치게 허무하다는 얘기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원전 르네상스와 함께 이번 정부의 대표 정책 아이템이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계기 중 하나로 야당의 대왕고래 예산 전액 삭감을 거론할 만큼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깜짝 발표 첫날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석유 발견 해프닝’을 연상하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유망성 평가를 맡긴 액트지오사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지는 등 단 한시도 순탄치 못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설립자가 방한해야 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제기에 대왕고래 국감으로 치러져야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소추에 따른 직무 정지에도 1차 시추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시추 일정이 한국 측 귀책 사유로 늦어질 경우 하루 용선료(배를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 6억 5000만 원 등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데다가 최악의 경우 취소 위약금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러 구설수를 뒤로 한 채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47일간 1차 시추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전격 발표의 배경에 대해 “대왕고래 시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것 같아 (현시점에서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국민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원전 트라우마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고위 관료들이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악몽을 겪은 바 있다. 정권 교체가 유력해진 상황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공포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1차 시추에 성공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추가 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산업부 역시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유망 구조에 대한 후속 시추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자원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르웨이가 북해 유전을 발견할 때까지 4년 이상 차분하고 끈기 있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금세기 발견된 세계 최대 유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 역시 10여 차례 고진감래의 산물이다.
1차 시추 결과가 기대를 밑돌면서 올해 추경에서 대왕고래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윤 정부의 불통과 무능, 협작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며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2차 시추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한국석유공사가 독자적으로 벌인 1차와 달리 해외 오일 메이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석유공사와 합작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1차 시추 결과가 부정적이라 이 또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1차 시추 비용을 나 홀로 떠안고 있는 석유공사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의 ‘2025년도 사채 발행 및 장기 차입 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올해 4억 800만 달러(약 5915억 원)를 신규 차입한다. 석유공사의 연간 이자비용 5000억 원에 1회당 1000억 원인 시추 비용이 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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