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3개월간 국내 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NPL) 규모가 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부실채권 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선 건 2019년 2분기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부실채권 정리규모도 덩달아 늘며 총 대출 잔액 대비 부실채권의 비율은 직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3일 금융감독원은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을 발표하고 올해 2분기 중 기업 대출 신규 부실이 2조 8000억 원, 가계 대출 신규 부실이 1조 원 가량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채권에서도 1000억 원의 부실이 새로 잡혔다. 총 규모는 4조 원으로, 올해 1분기보다 1조 원 늘었고, 지난해 2분기보다는 1조 7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다만 상반기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0.41%로 직전 분기 및 전년 동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신규 부실채권이 급증하자 상·매각, 담보 처분 등 부실채권 정리 규모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중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총 3조 9000억 원으로, 1분기 대비 1조 2000억 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른 국내 은행의 올해 상반기 부실채권 잔액은 3월 말보다 1000억 원 순증한 10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털어내기’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가계대출 부실은 여전히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부문별 부실채권비율을 보면 기업 대출 부문에서 대기업 및 중소기업·중소법인의 부실채권비율은 모두 직전 분기와 유사하거나 하락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 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0.27%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기타 신용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이 모두 올해 1분기 말 대비 0.02%포인트씩 상승했다.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직전 분기보다 0.07%포인트나 치솟기도 했다. 총 대출 중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의 경우 상반기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0.69%로 시중은행(0.25%), 지방은행(0.48%)을 크게 상회했다.
금감원은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전 분기 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 및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인 자산건전성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문별 부실채권 증감 및 취약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적극적인 상·매각 등을 통해 하반기에도 자산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며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지속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26.4%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관련 대손충당금 환입 등으로 직전 분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했으나,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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