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 사업 조직이 재택근무를 최소화하며 허리띠를 졸라맨다. 갤럭시S 23 시리즈에 이어 최근 출시한 갤럭시Z 5 시리즈까지 좋은 초반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젊은 세대와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애플에 열세를 보이며 위기감이 높아진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는 최근 리더급 회의체 회의를 통해 조직 내 재택 근무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비교적 직원 자율에 맡겨 운영해왔는데 앞으로 재택근무 허용 사유를 제한하고 사전 보고 기한을 두는 등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택근무 제도가 계획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전사 보편적인 룰을 한번 짚고 넘어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MX사업부 자체적으로 재택근무 방식을 조정한 것을 두고 스마트폰 사업 위기와 맞물려 높아진 내부 긴장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등 각종 이슈로 시끄러웠던 전 세대 시리즈의 저조한 성적표 이후 절치부심해 만든 갤럭시S 23이 글로벌에서 고른 호성적을 거두고 최근 선보인 갤럭시Z 5 시리즈 역시 초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점감하는 데다 애플이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는 상화에서 올해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애플에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기종 역시 상위 1~4위가 모두 아이폰이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위기 타개책으로 직원 근태 관리를 꺼내든 데 대해 책임 소재를 직원에 돌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특히 최근 사내에서 진행된 임직원 내부 소통 행사서 드러난 임원진의 인식도 이러한 비판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행사에서 한 임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아이폰이 유독 인기가 높은 현상에 대해 질문을 받자 “아이폰 인기는 10대들의 막연한 선망”이라고 답해 일부 직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은 글로벌 영업이익·매출 비중에서 오래 전에 삼성을 압도했고 그나마 출하량에서 뒤쳐졌는데 이 부분마저 애플의 우세가 점쳐져 위기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며 “다만 최근 임직원 인식 등이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재택근무만을 건드는 건 오히려 내부 통합과 직원 사기를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