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현대차(005380)그룹의 전기차 확대 전략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2025년 매출 31조 원 달성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영업이익도 그룹사 자동차용 제품 생산 늘린 덕분에 건설 경기 침체를 뚫고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투자 전문가들은 현대제철이 사실상 전기차 부품 전문 회사가 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 여부도 실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의 올해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을 평균 27조 353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27조 3406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1조 6440억 원을 기록해 전년도(1조 6165억 원)보다 1.7%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철강 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현대제철 만큼은 유독 올 한 해 실적을 선방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철강 시장 악화로 지난해 4분기 2758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가 올 1분기 3339억 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에는 나아가 증권사 평균 추정치를 4100억 원(13%) 웃도는 465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7조 1000억 원)과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도 각각 11.7%, 39.3% 많은 수준이었다.
금융투자 업계는 현대제철이 최근 전기차에 투입되는 전기강판 생산·연구개발에 착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현대제철이 이를 뒷받침하는 부품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현대차의 전기차 증산 수혜를 크게 입으면서 중장기 경영 전략 ‘비전 2025’가 지향하는 2025년 매출 31조 원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6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3~2032년 총 투자액 109조 4000억 원 가운데 33%에 달하는 35조 8000억 원을 전동화 관련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완공한다. 2033년 글로벌 시장 전기차 판매 목표도 기존 187만 대에서 200만 대로 올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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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발맞춰 HMGMA에 전기차용 강판을 공급할 목적으로 해외스틸서비스센터(SSC) 구축에 나섰다. 총 투자 액수는 1031억 원이다. 현대제철은 전기차 부품으로 쓰는 초고장력강과 경량화 강재의 판매 비중도 키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저탄소 고품질 자동차 강판 품질을 확보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로와 기존 고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생산 체제를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기존 고로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전기로를 통해 세계 최초로 1기가파스칼(GPa)급 고급 판재 시험 생산, 부품 제작에 성공했다. 1.8GPa 급 초고강도 핫스탬핑(금형 안에서 급속 냉각하는 기술) 강판도 개발·생산해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인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G90, 기아(000270) EV9 등에 이미 납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시도도 현대제철에 중장기 호재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는 교통·에너지·주택·통신 분야를 합쳐 4000억 달러(약 540조 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저탄소 고품질 강종을 개발해 전기차·친환경 소재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건설 시장 부진으로 철근·형강을 포함한 봉형강류 사업에서는 실적이 좋지 않으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이 분야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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