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AP통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경제 실패 및 체제 불안정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이는 핵무장을 통해 정권을 지키려는 김정은 정권의 전략이 오판임을 지적하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최대 강도의 압박에 나서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이를 저지하려는 결의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특히 “북한의 대중 무역이 전체 무역의 96.7%를 차지하는 등 중요한 만큼 중국이 영향력을 사용할지, 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20 회의에서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 해외 노동자 파견, 해상 환적 등 북한의 불법행위를 적극 차단할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중국이 국경을 개방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와 중국으로 다수 파견됐다. 하지만 번 돈은 스스로 갖지 못하고 국가에 상당한 액수를 헌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이버 해킹을 통한 자금이 중국 은행에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만약 러시아나 중국이 관련 문제와 관련해 협조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류·석탄이나 북한이 꼭 필요한 전략자원을 서해와 가까운 공해상에서 위장된 국적의 다른 배를 활용해 비밀리에 해상무역을 하고 환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구상대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 체제가 강화된다면 역대 최악인 북한의 경제난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만성적 경제난과 식량난에도 부족한 재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탕진하고 있어 북한 주민의 민생고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2020년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며 중국 등 외부로부터 물자를 지원받지 못했다.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를 겪으며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농촌진흥청이 추정한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은 지난해 451만 톤이었다. 이는 2021년(469만 톤)보다 3.8% 감소한 수치다. 쌀(-4.2%), 옥수수(-1.3%)뿐 아니라 감자·고구마(-14%)까지 생산량이 줄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6월 국회에서 “북한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1분기보다 60%, 쌀값은 30% 가까이 올라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로 인해 최근 강력 범죄가 지난해보다 3배, 자살자가 4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윤미향 의원 사태를 겨냥한 듯 “반국가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회의원이 반국가 단체 행사에 참석해 괴뢰도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겠느냐”고 말했다. 통일부는 윤 의원과 관련해 현행 법규 위반이 명확한 만큼 과태료 부과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윤 의원은 조총련 행사 참석에 대해 통일부에 사전 접촉 신고를 한 바 없고 통일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윤 의원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등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나서 수습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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