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을 두고 74년간 이어져온 공동 창업자 집안 간 동업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경영권을 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우호 주주로 끌어들이자 장형진 영풍(000670)그룹 고문이 지분을 추가 취득했는데 곧장 최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 지분 경쟁이 또 격화되는 양상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1일 고려아연 자사주 29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최 회장 외 친인척 13명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3000여 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힘을 보탰다.
증권 업계는 최 회장 일가가 확보한 지분이 장 고문 측과 별 차이가 없는데 장 고문이 개인회사를 동원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취득하자 최 회장 역시 추가 지분 매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53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5%가량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이에 최 회장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28.58%에서 32.12%로 늘어난 반면 장 고문 일가의 지분은 32.66%에서 31.02%로 낮아졌다.
하지만 장 고문 측이 개인회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매집해온 것이 드러나자 지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에이치씨와 씨케이는 5월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지분 0.75%가량을 사들였는데 각각 에이치씨는 장 고문, 씨케이는 장 고문 자녀의 개인회사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 회장 쪽 지분이 소폭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양쪽에서 계속해 지분을 획득해오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양측의 지분 확보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4.2% 급등한 54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뚜렷한 주가 흐름을 보이지 못했지만 최 회장 일가가 자사주를 취득했다는 소식에 깜짝 상승세를 나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