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뚜렷한 흐름을 보이지 못하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갈 곳 잃은 투자금이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등 무위험 상품으로 향한 영향이다. 삼성자산운용이 6월 출시한 ‘KODEX CD금리 액티브 ETF’는 순자산이 국내 상품 중 최단기간 2조 원을 넘어서 파킹형 ETF의 열풍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은 5일 기준 2조 254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8일 상장한 뒤 63영업일 만에 순자산 2조 원 돌파에 성공했다. 이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가 지난해 9월 5일 순자산 2조원을 91영업일 만에 넘어선 것을 크게 앞당긴 기록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ETF의 순자산은 7630억 원으로 1조 원에 못 미쳤는데 단숨에 뭉칫돈이 몰리며 1조 2600억 원가량 불어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20년 내놓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순자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일 기준 이 ETF의 순자산은 5조 72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석달 전보다 1조 2000억 원가량 순자산이 늘었다. CD형 ETF는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고시하는 CD 91일물의 수익률을 1영업일씩 나눠 매일 복리로 반영하는 금리형 상품이다.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금을 넣어두기만 해도 이자가 쌓이는 파킹형 ETF로 구분된다.
한국 무위험 지표 금리(KOFR)를 이용한 ETF의 순자산도 증가 추세다.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은 한 달 전보다 870억 원 늘어 5일 기준 3조 643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순자산이 6300억여 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운용의 ‘TIGER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 역시 5일 기준 순자산이 2조 원을 넘어서 2조 12억 원을 기록했다.
KOFR은 익일물(1영업일) 국채와 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의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되는 실물 거래 기반 금리 지표다. 투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의미하는 듀레이션이 1일인 상품으로 금리 변동 여부와 상관없이 매일 이자 수익이 확정되는 파킹형 ETF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피가 한 달 동안 2500~2600 사이를 오가는 ‘박스피’를 벗어날 기미가 없자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파킹형 ETF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아 손실 위험이 없는데다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를 챙길 수 있는 파킹형 ETF에 여윳돈을 넣어두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적금 등과 달리 언제든 매도해 현금화가 가능한 것도 파킹형 ETF의 장점이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는 상장 이후 연 기준 3.69%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49%로 집계됐다. 두 상품은 최근 한 달 간 개인 순매수 2위와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아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를 활용하면서 손실은 보지 않는 파킹 구조의 금리형 ETF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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