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두뇌’ 격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미국이나 대만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1%대에 그치는 가운데 올 들어 대다수 기업이 적자로 돌아서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7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대 팹리스 업체(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제외) 중 글로벌 순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곳은 LX세미콘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팹리스 매출액(2048억 달러)에서 국내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7%에 그쳤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9개 팹리스 업체 중 5곳(어보브반도체·넥스트칩·픽셀플러스·피델릭스·코아시아)이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급감한 469억 원이었다. 퀄컴·엔비디아를 거느린 미국이나 연 매출 23조 원의 미디어텍을 보유한 대만, 팹리스 기업만 3000곳에 이르는 중국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토종 팹리스 업체인 네메시스의 왕성호 대표는 “인공지능(AI), 전장 등 반도체 신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팹리스 육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