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의 상징이었던 국내 28번째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2호기의 운영 허가가 신청 9년 만에 ‘늑장’ 통과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신규 원전 운영 허가다. 지난해 12월 신한울 1호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 2호기까지 본격 가동될 경우 값싸고 안정적인 기저 전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돼 국내 전력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7일 제183회 전체회의를 열고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2호기 운영허가(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건에 대해 7월 28일 제180회 전체회의에서 운영 허가 심의 관련 첫 보고가 이뤄진 뒤 한 달여 만이다. 원안위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 토론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일부 위원이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아직 사고 관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라는 논리를 강하게 펼쳤다. 격론 끝에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규제 시스템이 빠르게 돌아가고 현실을 반영해야 원전의 안전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며 찬반 의견을 두루 고려해 안건을 수정 의결했다.
이날 원안위가 운영 허가를 함에 따라 신한울 2호기에 핵연료를 장전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중 시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원안위는 약 6개월의 시운전 기간 사용 전 검사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사용 전 검사와 전기 생산 테스트까지 완료한 뒤 2024년 상반기 준공과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신한울 2호기는 신한울 1호기의 쌍둥이 원전이다. 2010년 착공한 신한울 1·2호기는 핵심 기자재를 최초로 국산화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통한다. 신한울 2호기의 용량은 1400㎿로 연간 예상 발전량은 1만 424GWH다. 이는 경북 지역 전력 소요량의 23.5%에 달한다. 국내 연간 발전량 기준으로는 약 1.8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1·2호는 적기 가동을 위해 2014년 12월 일찌감치 운영 허가를 신청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탈원전 정책 탓에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월에야 뒤늦게 정상 가동에 들어간 신한울 1호기는 당초 계획보다 5년 이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2조 원이 넘는 공사비와 3조 원 이상의 추가 전력 비용이 소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한울 1호기에 이어 2호기까지 9년 만에 가까스로 운영 허가를 받게 돼 침체된 국내 원전 생태계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한울 1·2호기는 체코 수출 원전의 참조 모델이라는 점에서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달성을 목표로 하는 한수원도 날개를 달게 됐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울 원전은 국내에서 정상 가동 중인 만큼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서도 한층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종=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