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대로변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자 오랜 기간 방치돼온 듯한 지상 5층 높이의 건물이 나타났다. 외벽에는 ‘매드베리팜하우스(Madberry Farm House)’라고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현대미술 조형물과 노출 콘크리트 벽면으로 장식된 카페가 나왔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서자 사방이 자주색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램프와 한국산 딸기로 채워진 인도어팜(실내 농장)이 나타났다. 이 공간은 국내 스마트팜 기업 넥스트온이 올해 중순부터 ‘예술과 농업, 도시의 융합’을 모토로 조성한 도심형 인도어팜이다.
매드베리팜하우스는 농작물 생산·판매·소비를 한 건물 안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지상 2층에서 최첨단 LED 기술과 온습도 제어 기술 등을 이용해 생산한 농작물을 1층(카페), 3층(라운지), 4층(펍)에서 소비한다. 5층은 사무실 겸 식품 연구소로 쓰인다. 지하 1층에서는 이곳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발효시킨 후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현재는 지상 1·2층만 개장했고 나머지 공간은 올 11월 25일 정식 개장한다.
넥스트온이 명동에 인도어팜을 구축한 것은 도심형 인도어팜이 유휴 도심 공간을 살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명동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간 상권 침체를 겪었다. 수년간 공실을 해소하지 못한 건물이 꽤 있다. 넥스트온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빈 건물을 10년 동안 장기 임차해 카페·인도어팜·라운지·펍 등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심송이 넥스트온 브랜드전략팀장은 “매드베리팜하우스는 수익보다는 도심 유휴 공간 활성화와 브랜드 홍보에 목적이 맞춰진 공간”이라며 “도시형 농장 성공 사례가 되는 하나의 ‘모델하우스’이자 ‘테스트베드’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드베리팜하우스의 핵심 시설인 2층 인도어팜은 약 330㎡(100평) 규모로 매년 1.2톤의 한국산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개당 24주의 딸기를 담을 수 있는 3층 높이 철제 스탠드가 약 33개 설치돼 있다. 넥스트온이 자체 개발한 LED 기술로 식물 광합성을 이끌어내고 자동 온습도 조절을 통해 생장을 돕는다. 식물 양분이 되는 양액을 건물 내부에서 배합해 자동으로 각 스탠드에 공급한다. 이런 최첨단 설비를 통해 환경 변화에 민감해 실내 재배가 까다로운 한국산 딸기를 1년에 두 번 생산할 수 있다.
넥스트온은 명동 이외에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지하 3개 층을 서울시로부터 제공받아 도심형 인도어팜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샐러드나 쌈채소로 쓰이는 카이피라·크리스피아노·바질 등을 생산해 반경 2㎞ 이내 식당에 공급한다. 싱가포르 도심에도 명동 매드베리팜하우스 같은 도심형 인도어팜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 국가들이 도심 유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인도어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명동·남부터미널역·싱가포르 인도어팜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가능성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