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꿈틀대면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기준금리와 양적완화를 단행한 일본의 통화정책에도 서서히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신중한 중앙은행의 특성상 당장 정책에 급진적 변화를 줄 확률은 낮지만 긴축 가능성만으로도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0.705%까지 오르며(국채 가격은 하락)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달러당 147.83엔까지 오른 엔·달러 환율도 11일 장중 145.9엔대 초반까지 하락(엔화 강세)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에 토픽스 은행지수는 4.69%나 급등하며 2008년 8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은행 예대금리 차가 벌어져 실적이 개선되는데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는 우에다 가즈오(사진) 일본은행(BOJ) 총재가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이 9일 보도된 데 따른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인내심을 갖고 금융 완화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 ‘마이너스 기준금리’ 종료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우에다 총재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종료’ 언급에 주목했다. 시티인덱스의 매트 심슨 분석가는 “우에다 총재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벗어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높아지면 국채금리와 해당국 화폐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BOJ 내부에서도 통화긴축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 매파인 다무라 나오키 이사는 지난달 말 “내년 초부터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단계적으로 폐지될 수 있다”고 말했고 다카타 하지메 이사도 최근 “대규모 부양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정책 변경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보고 대비하는 분위기다. 연말까지 물가·임금 등의 지표를 살피고 10년물 국채금리를 사실상 1.0% 이하로 관리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폐기한 후 기준금리로 통용되는 단기금리를 -0.1%에서 인상하는 시나리오다. 시장조사 업체 ‘퀵’의 8월 채권 월례 조사에 따르면 BOJ가 통화정책을 변경할 시점으로 가장 많은 29%가 내년 4~6월을 꼽았다. ‘춘투’에 따른 기업들의 임금 인상 동향을 보고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년 1~3월이 26%로 뒤를 이었다. 닛케이는 “BOJ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YCC 정책을 수정했다”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예상에 따라 BOJ가 움직이는 ‘실적’을 쌓아왔다”고 짚었다. 현재의 시장 예상과 같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닛케이는 “내년 1월 단기금리가 플러스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거래가 익일물 금리스와프(OIS) 시장에서 성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소나은행의 이시다 다케시는 “내년 3월 안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료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에 일본 내에서 ‘금리 있는 세계’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BOJ는 2016년 1월 단기금리를 -0.1%로 내려 사상 처음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채택했다. 닛케이는 ‘금리 있는 세계는 어떻게 되나’라는 제호의 기사에서 “정기예금금리가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도 상승해 중소기업 도산이 늘어날 우려가 있고 정부의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증가한다”고 짚었다.
다만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일본의 7월 실질임금이 전년 대비 2.5% 감소해 6월의 -1.6%는 물론 예상(-1.4%)을 모두 밑돌았다. 미쓰비시UFJ의 무구루마 나오비 채권전략가는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가파른 엔화 약세를 억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이 가팔라지자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함으로써 엔저 속도를 늦추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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