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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치솟고 환율까지 요동…운신폭 더 쪼그라든 통화정책

[실물·금융 동반 타격]악재 겹친 한국경제

위안·엔화 약세에 원화도 맥못춰

환율 연고점 1342원 부근서 등락

中 경제수장 교체로 불확실성 고조

산유국 감산에 유가도 100弗 넘봐

성장률·물가전망 수정 불가피할듯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성장·물가의 핵심 변수인 국제유가와 금융·외환시장 최대 불안 요소인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감산 연장 이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위안화·엔화 동반 약세로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 사수가 아슬아슬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331.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9원 오른 1334.3원으로 출발했으나 장중 소폭 하락 전환했다. 다만 지난달 21일 연고점(1342.6원) 부근에서 등락하면서 언제 오버슈팅(일시적 급등)이 나올지 모르는 불안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환율 불안이 커진 것은 강달러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위안화·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는 위안화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져 이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 변수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중국 경제 수장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어떻게 대응할지 예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올 초만 해도 위안화 환율을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되게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도 위안화 약세 우위를 예상하면서도 당국의 정책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 등 해석이 엇갈린다. 시장 관계자는 “달러당 7.3위안 지지선을 두고 환율 상승 요인과 중국 당국 정책 의지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위안화나 엔화 흐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폭이 결정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 정책을 선택한다면 아시아 주요 통화가치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예상치 못한 급등은 통화 당국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 전망 당시 올해와 내년 국제유가 전제치를 배럴당 82달러, 83달러로 이전 전망 대비 각각 1달러씩 낮췄다. 중국 경기 둔화로 수요가 부진한 만큼 유가가 오르기 쉽지 않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올 들어 처음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데 이어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전월(2.3%)보다 1.1%포인트나 반등한 상황에서 유가가 더 오르면 올해 성장·물가 전망치를 모두 바꿀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80.4달러로 현 수준인 90달러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연평균 83.5달러까지 오른다.

최근 유가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성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려할 변수가 많아진다. 한은도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주요국 통화 긴축이 강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더 낮아지는 반면 물가는 0.1%포인트 더 높아진다고 봤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경상수지를 다시 적자로 만들 수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고물가 장기화로 민간소비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까지 커지면 통화정책 전환이 지연되고 이에 따라 경기 둔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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