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이르면 다음 달 2조 5000억 원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수주할 전망이다.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2011년 첫 FLNG 수주 이후 12년 만에 연간 2기를 계약하는 성과를 얻게 된다. 업계 불황 속에서도 부지런히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해양 플랜트 강자로 우뚝 섰다는 평가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 델핀이 추진하는 부유식액화설비(FLNG)에 대한 사업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규모는 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델핀은 오는 10월 첫 부유식 FLNG 생산업체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FID)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기본설계를 맡았던 삼성중공업이 경쟁에 가장 앞서고 있다"며 "발주처 입장에서도 대규모 사업인만큼 기초설계 단계부터 프로젝트를 맡아 온 삼성중공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델핀은 이번 발주를 포함해 루이지애나주 연안 LNG 수출 터미널에 최대 4대의 자체 추진 FLNG를 설치할 계획이다.
계약에 성공하면 삼성중공업은 연간 2기의 FLNG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의 FLNG 수주 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9년 Ruby FPSO를 수주한 이후 약 3년 만에 수주한 해양 플랜트 사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전통의 강자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FLNG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쉘, 페트로나스, ENI 등으로부터 전 세계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점유율 80%를 기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4년 이후 셰일가스 혁명 등으로 관련 산업이 쇠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련 연구 개발에 집중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단 평가다. 최근에는 부산에도 R&D 센터 거점을 마련하며 기존 판교 R&D센터· 대덕연구센터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방산 등에 집중한 경쟁사와 달리 삼성중공업은 FLNG를 포함한 해양 플랜 분야에서 연구 인력과 비용을 꾸준히 투자하며 수주를 해왔다”며 "이런 경험이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상승 및 친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LNG 수요가 늘면서 해양 프랜트 수주도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LNG는 해상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배 위에서 직접 정제하고 액화해 저장 및 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로, 육상플랜트와 비교해 액화·저장설비, 해상파이프를 설치하지 않아 비용이 절감돼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수주사 입장에서 역시 단위제품 당 가격도 높은 편이라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3조 5508억 원과 78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0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로, 반기 기준 2017년 이후 6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연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연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올해 흑자 전환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LNG선과 함께 FLNG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며 실적 개선을 이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를 포함한 해양 플랜트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흑자 전환을 넘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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