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감산 여파로 4분기 세계 원유 부족분이 2007년 이후 최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의 최악의 홍수까지 겹쳐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2.06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6%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16일(92.86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8.84달러로 전날보다 1.8% 올랐다. 이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9월 월례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의 회복세에 따라 글로벌 석유 시장은 올해 4분기에 하루 330만 배럴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 13개 회원국은 이번 분기 지금까지 하루 평균 2740만 배럴을 생산했는데, 이는 소비자 수요에 비해 약 180만 배럴 적은 양이다. 4분기에는 소비를 충족하려면 하루 3070만 배럴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 생산량으로 봐서는 하루 330만 배럴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 비축량도 적은 상황이다. 선진국의 원유 비축량은 이미 2015~2019년 평균보다 약 1억 1400만 배럴 적다. 블룸버그는 세계 석유 재고량이 이번 분기에 급격히 축소됐으며, 4분기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면 지난 2007년 이후 최대의 재고 감소 상태가 될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OPEC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지정학적 긴장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세계 경제 성장이나 관광과 항공 여행 및 차량 이동의 회복을 고려할 때 석유 수요가 늘 것으로 봤다. 반면 공급 위축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일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12월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밝혔고 같은 날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의 수출 축소 조치를 연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단기 전망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을 예상해 유가를 끌어올렸다. EIA는 4분기 전세계 시장의 부족분이 OPEC의 예상인 하루 330만배럴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하루 23만 배럴 가량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EIA는 “향후 몇달 간 글로벌 원유 재고 하락이 유가를 지지할 것”이라며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기존 배럴당 86달러에서 9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외에 리비아를 덮친 최악의 홍수로 리비아산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원자재물류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리비아의 많은 항구들이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 강세에 또 하나의 요인이 추가됐다"고 진단했다. OPEC 회원국인 리비아는 지난 8월 하루 100만배럴을 생산했다.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에도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디젤 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휘발유 가격도 갤런 당 4달러에 근접했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악재다. 또 물가를 자극해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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