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1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전 국민 인공지능(AI) 일상화’ 전략을 추진한다. 또 북미와 유럽의 주요 대학과 손잡고 AI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AI 질서·규범 제정을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작업에도 착수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생성형AI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국내 AI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 판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서 이 같은 AI 산업 육성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전 국민 AI 일상화 전략을 위해 내년부터 관계 부처 합동으로 90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독거 노인 돌봄 등 복지사업에 AI를 활용하는 한편 중증 질환 진단·관리용 AI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AI 기반의 아이 돌봄 플랫폼을 구축하고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정부는 복지, 보건, 교육, 문화, 농어민·소상공인 지원, 재난·사고 대응 외에 산업 현장 및 공공 행정에도 전방위적으로 AI를 도입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AI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협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북미와 유럽의 AI 선도 대학과 손잡고 글로벌 공동 연구, AI 공동 연구소 구축, 석·박사급 인력 교류 등을 추진한다. 또 개별 국가와의 양자 협의체 및 디지털 관련 국제기구 등을 통해 AI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정책 공조를 추진한다. 신흥국과는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등을 활용해 AI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AI 관련 기본 원칙을 비롯해 권리·책무 등을 규정한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에 나선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손잡고 관련 논의를 주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CCTV와 생성형AI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분야별 특화 자율 점검표, 안내서’를 제작하고 AI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과 성능에 대해 제3의 기관을 통해 평가받을 수 있는 ‘신뢰성 검·인증 체계’ 또한 마련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AI와 디지털 역량이 산업의 수준을 좌우한다”며 “우리나라의 AI·디지털 분야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전 산업의 발전과 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거대 AI 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민간 주도의 AI 산업 생태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초거대 AI는 반도체,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비롯해 전·후방산업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정부의 지원은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를 관리하는 클라우드에 대한 정부 투자도 추진 중”이라며 “하지만 결국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투자와 도전이 우리나라의 초거대 AI 경쟁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와 관련한 규제 신설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인류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입각해 AI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AI·디지털 기술은 연결성과 즉시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한 나라에만 적용되는 법제나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디지털 규범과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등이 참석해 국내 AI 산업 진흥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김성훈 대표는 “AI 기반모델을 연구하는 대기업과 응용·사업화 영역에 특화된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우리나라도 글로벌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생성형AI 개발 기업들이 학습용 콘텐츠 사용료를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해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 마련보다는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국내외 AI 사업자들은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 과정에서 뉴스 등 온라인상의 콘텐츠를 학습용으로 활용하는 반면 이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는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콘텐츠 사용과 관련된 비용 지불 이슈가 있는데 이이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세액공제 확대 등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AI 반도체 국산화·내재화를 통한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초거대 AI용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엔비디아가 독점 생산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탑재가 필수이며 네이버 또한 자체 LLM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구축을 위해 최근 4년여 동안 1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 장관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 등을 협의하고 있지만 GPU 구매 등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진행 중인 논의가 없다”며 “다만 저전력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해 해당 제품을 K클라우드에 탑재할 경우 (낮은 전력 소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 등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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