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터인 철도 현장으로 즉각 돌아가라”고 밝혔다. 철도노조가 나흘간의 한시 파업을 강행한 첫날, 해외 출장지에서 국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날 당정 안팎에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기능 분리와 인력 감축을 염두에 둔 개혁 추진안까지 흘러나와 철도노조를 겨냥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철도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철도노조가 지켜야 할 자리는 정치투쟁의 싸움터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터인 철도 현장”이라며 “즉각 현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번 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규정한 셈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 역시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이번 파업은 수서행 고속열차(KTX) 운행과 고속철도 통합 등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정책 사항을 핵심 목적으로 하고 있어 정당성이 없다”며 “파업을 즉시 멈추고 소중한 일터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출근 대상자 1만 2905명 중 2804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파업 참가율은 21.7%로 4년 전인 2019년 11월 파업 때(22.8%)보다도 소폭 하락했다. 이는 “필수 유지 인력 9000여 명을 뺀 조합원 1만 3000여 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한다”던 철도노조 주장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파업 여파로 이날 오후 3시 기준 수도권 광역전철은 평시 대비 83.0% 수준, KTX는 평시 대비 76.4% 수준으로 감축 운행되고 있다. 당초 세운 비상 계획을 초과(이행률 111.9%) 달성하는 등 열차 운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국민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화물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26.3%에 불과해 4분의 1토막이 났다. 당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최근 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보여온 긍정적인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대체 운송 확보 등 비상 수송 대책 등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무역협회는 수출기업 물류 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당정은 코레일에 대한 구조 조정 카드까지 꺼내 들 태세다. 국토부는 연내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공개할 예정인데 철도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올 6월 말 기준 코레일 임직원은 약 3만 2115명이다. 철도 시설 유지·보수 인력은 7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21%를 차지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에 맡긴 연구 용역은 여름철 닥친 폭우와 태풍 탓에 일시 중단됐다가 이달 중 재개된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전 정부 시절 개정된 노조 편향적 단체협약 사항도 원상 복구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2018년 단협 개정 과정에서 ‘조합 활동 보장’ 관련 조문의 ‘정당한 조합 활동’을 ‘조합 활동’으로 바꿨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언급되고 있는 코레일 구조 조정 방안은 정부안이 아닌 컨설팅업체의 여러 검토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나흘간의 총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는 이날 정오 서울역 등 각지에서 출정식을 열고 수서행 KTX 도입, 고속철도 운영 경쟁 체제 중단, 철도 민영화 검토 중지,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요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