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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인데 왜 안 돼?"… 복지부, 비대면진료 기준 손본다

'의료 취약지' 범위 손보고 '재진 환자' 완화할 듯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수렴한 다양한 민원 사항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맞게 ‘의료 취약지’ 범위를 손보고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그 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대면 진료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의사가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감염병 위기경보 하향… 의료법 개정 전 ‘시범사업’ 실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4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고 “3개월간 운영한 시범사업에서 여러 가지 민원이 있었다”며 “시범사업에서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입법을 위해 시범사업에서 확인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실시했으나 6월부터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다. 다만 국회에 계류된 6건의 법안을 중심으로 의료법 개정을 지속 추진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시범사업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은 30일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섬·벽지 환자, 만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등급자)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초진이 허용된다.

◇비대면진료, 이 섬은 되고 저 섬은 안 된다?

시범사업 실시 과정에서 제기된 민원 중 하나는 의료 취약지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점이었다. 복지부는 ‘보험료 경감 고시’에 따른 섬·벽지 거주자에 한해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라도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주지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대상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겼다. 가령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와 서검도는 서로 인접해 있지만 교동도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는 반면 서검도에서는 허용된다. 강원도 홍천군 명개리와 광원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진’ 기준 탓 휴일·야간에는 사실상 ‘원천 봉쇄’

의료기관 이용상 제약이 많은 휴일·야간에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오히려 이때 사실상 비대면 진료가 봉쇄된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휴일·야간에는 의료기관이 대부분 문을 닫아 환자가 평소에 다녔던 의료기관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재진’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서다.



재진 기간 ‘30일’ 기준이 너무 짧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는 고혈압 등 12대 만성질환을 제외하고는 30일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하지만 고지혈증·역류성 식도염처럼 정기적 처방을 받아야 하는 질환의 경우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높다.

환자 스스로 동일 질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경우’가 비대면 진료의 요건이지만 증상이 유사한 경우 같은 질환의 재발인지 새로운 질환인지 판단이 모호해서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면 진료 필요” 퇴짜 놓으면 진료 거부?

의료계에서는 책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의사가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에만 비대면 진료를 실시해야 하지만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의료법에 따른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 이때 비대면 진료로 의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비대면 진료 찬성 측에 “비대면 진료로 애들이 죽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생각이 있느냐”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시범사업 개선… 의료법 개정 지속 추진

이에 복지부는 △시범사업 평가 실시·지침 지속 보완 △불법 비대면 진료 근절·지침 위반 사례 적극 대응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운영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3개월은 데이터를 축적하기에 충분한 기간 아니었다”며 “추후 자문단 회의로 평가 결과가 나오면 공유하고 개선 계획을 다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앞줄 오른쪽 두번째) 보건복지부 2차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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