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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캔버스에 담긴 깊은 여운…그토록 사랑한 '가족'을 만나다

■'2세대 서양화가' 장욱진 회고전

미술사조 스스로 공부하며 적용

가족부터 자화상·나무·까치 등

엽서만한 크기에 서정적 풍경 담아

60년전 잃어버린 첫 '가족' 그림 등

국립현대미술관서 270여점 전시

장욱진의 ‘진진묘'.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부처의 모습을 했지만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서 있는 그림. 굵은 선이 이어진 그림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이의 정감 있는 시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림의 제목은 ‘진진묘’. 작품 속 주인공은 한국 대표 근대미술 작가 장욱진(1917~1990)의 아내 이순경 여사다. 진진묘는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진진묘’는 최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의 전시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평생 가족을 그렸고, 가족을 사유했다. 작가의 60여 년의 활동을 총망라하는 사실상 첫 번째 회고전에서 이보다 완벽한 마무리가 또 있을까.

장욱진은 한국 근대미술사를 대표하는 2세대 서양화가다. 젊은 세대에게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사랑하는 여러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 한국 근대미술사를 연구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그가 제작한 270여 점의 먹그림, 유화, 판화, 삽화, 도자기 등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미술관이 진행한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전시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전시는 연대기로 진행된다. 시작은 청년시절.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 장욱진을 알린 작품이 양정고보 5학년 시절인 1938년 조선일보 주최의 전람화에서 사장상을 받은 ‘공기놀이’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전부터 네 차례 학생 작품전에서 수상 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공기놀이’에서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요소가 두루 보이지만 이전의 작품 ‘정물’, ‘풍경’ 등에서는 사뭇 다른 작법이 나타난다. 작가가 학창시절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술 사조를 공부하고 스스로 이를 작품에 적용하는 과감한 실험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욱진의 ‘공기놀이'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많은 장욱진의 작품은 엽서 한 장 정도의 작은 크기로, 이 안에 다시 윤곽을 그리고 그 안에 나무·가족·자화상 등 다양한 서정적 풍경을 담아낸다.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노랑·빨강이 어우러진 작고 예쁜 그림을 떠올리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벽화 용도로 제작된 꽤 큰 작품도 볼 수 있다.

작가가 평생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한 모티프 ‘까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다. 작가가 평생 그린 유화 730여 점 중 까치는 약 440여 점에 등장한다. 초기작의 까치는 얇은 선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지만 점차 상형문자처럼 굵은 선으로 변모한다. 노년기에 그린 까치는 좀 더 입체적이다.

장욱진의 ‘까치’. 사진=서지혜 기자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된 장욱진의 첫 가족 그림 ‘가족(1955)’은 1964년 일본인에게 판매된 뒤 행방이 묘연 했으나 일본에서 발견돼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했다. 발견 당시에는 일부 물감이 떨어져 나가고 곰팡이도 피어 있었으나 응급 복구를 통해 대중 앞에 전시됐다. 관람객은 창처럼 만들어진 뻥 뚫린 벽을 통해 작가가 그토록 사랑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작은 그림들을 벽 너머에 서서 아련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전시된 장욱진의 1955년작 ‘가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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