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주도에서 차량 100대로 국내 첫 카셰어링(차량 공유) 사업을 시작한 쏘카는 10여 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달 기준 전국 5017개의 쏘카존(차량 대여 장소)에서 2만여 대의 차량을 제공 중이며 누적 쏘카 회원 수는 9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운전면허 보유자(3400만 명) 4명 중 1명이 쏘카 고객인 셈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본사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박재욱(사진) 쏘카 대표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 전망과 관련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2025년까지 카셰어링 차량 대수를 최대 3만 3000대까지 늘려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택한 전략 중 하나는 ‘쏘카플랜’ 강화다. 2019년 출시된 쏘카플랜은 중장기적으로 카셰어링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월 단위’ 차량 대여 서비스다. 고객이 최소 1개월 단위에서 최대 36개월까지 다양한 대여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차별성을 부각했다. 올 6월 기준 쏘카플랜 누적 계약 건수는 3만 건으로 늘었다. 그는 “쏘카플랜 이용자 중 30대 이상이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자차 보유율은 70~80%”라며 “쏘카플랜을 통해 ‘세컨드카’를 이용하는 소비층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쏘카플랜 이용 고객은 주로 전기자동차와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신규 차량 구매 대신 쏘카플랜을 이용하는 이른바 ‘자차 대체 소비층’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 여부는 이용자들이 자동차를 덜 구입하게 만드는지에 달려 있는데 고객들의 ‘첫 차 구매 시기’가 쏘카플랜을 이용한 뒤 늦춰졌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20대와 40대의 신차 구매가 매년 줄고 있는데 이들을 쏘카플랜 고객으로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자동차 내수 시장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감소한 13만 6066대로 국산차(5.8%)와 수입차(0.6%) 모두 감소했다. 쏘카에 따르면 출퇴근(42.5%)이나 업무(18.9%) 외에도 차량을 구매하기에 앞서 사전 체험 차원(10%)에서 쏘카플랜을 이용한 고객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을 쏘카에서 차를 ‘빌려 타는’ 고객으로 전환하는 게 박 대표의 장기 목표다.
박 대표 역시 차를 구매하는 대신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른바 ‘찐고객’이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연간 최소 20~30번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다”면서 “가족들도 쏘카플랜에서 차량 두 대를 이용하고 있으며 올 여름휴가 때 차를 빌려 만족스럽게 사용했다”고 미소 지었다.
쏘카는 새로 출시된 자동차를 구매하기에 앞서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올해부터는 쏘카플랜 차량에 신차 라인업을 늘리고 상품 리뉴얼을 진행했다. 올해 말까지 고급 세단 등 총 14종의 신차 8000여 대를 쏘카플랜에 투입한다. 신차 라인업에는 제네시스 G80 등 대형 세단과 SUV도 추가된다. 아울러 쏘카플랜에 ‘자동 연장 기능’을 적용해 기간을 정해놓지 않고 원하는 만큼 이용한 뒤 차량을 바꾸거나 자유롭게 반납할 수 있도록 서비스 또한 개선했다. 박 대표는 “차종 확대 등을 통해 쏘카플랜을 한층 고도화해나갈 것”이라며 “현재 3000대 정도인 쏘카플랜 차량을 내년에는 1만 3000~1만 5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쏘카플랜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쏘카스테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5월 출시된 쏘카스테이는 카셰어링과 숙박 예약이 동시에 가능한 서비스다. 그는 기존 숙박 애플리케이션과 쏘카스테이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편의성’과 ‘가격 할인’을 꼽았다. 우선 쏘카스테이는 타사 앱을 별도로 설치하거나 연동하지 않아도 쏘카 앱에서 숙박과 차량 예약이 한 번에 가능한 업계 유일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다. 박 대표는 “이용 고객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카셰어링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니즈가 매우 높았다”면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보니 차량 부문에서 고객에게 더 큰 할인 폭을 제공할 수 있어 숙박과 동시에 예약할 경우 최저가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쏘카의 미션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세상을 만들자’인데 이동의 관점에서 숙박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숙박뿐 아니라 레스토랑 예약 등 이동과 연관된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쏘카플랜과 쏘카스테이 등 기존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는 만큼 당분간 해외시장 진출보다 국내 카셰어링 업계에 힘을 싣는다는 게 박 대표의 복안이다. 그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 국내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시장 진출 시 쏘카만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적극 선보일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5000개가 넘는 차량 대여 장소에서 2만 대가 넘는 카셰어링 차량을 100% 무인 관리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쏘카만의 차별화된 기술력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차량 관리 업무가 자동화되다 보니 카셰어링 차량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관리 인력이 함께 늘어나지 않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대규모 차량을 비대면으로 운영해온 노하우를 살린 ‘차량관제시스템(FMS)’도 해외시장 진출 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FMS는 차량에 설치된 전용 단말기를 통해 차량의 상태와 위치, 운전 습관, 외부 환경(블랙박스) 등의 이동 관련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관제 시스템에 전송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령 냉동 탑차에 FMS를 접목하면 차량 온도 등 각종 데이터가 실시간 전송돼 중앙관제 센터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무인 자율주행 차량 관리 또한 FMS를 통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미래 모빌리티 환경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미국 사물인터넷(IoT) 기술 회사 샘새러에 따르면 세계 FMS 시장 규모는 2021년부터 연평균 21%씩 성장해 내년에는 970억 달러(약 119조 79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쏘카는 올 1월부터 현대글로비스·롯데글로벌로지스·VCNC(타다) 등 3개 회사의 국내외 이동 자산 약 300대를 대상으로 FMS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청과 손잡고 구청 청소 행정 업무 차량에 FMS 솔루션을 도입했다. 향후 더 많은 지자체 이동 수단에 FMS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쏘카가 자체 개발한 FMS 단말기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 차량을 관리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박 대표는 정부의 플랫폼 정책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앞서 그는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타다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한 차례 아픔을 겪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 마련 필요성과 규제 혁신 추진 의지를 수차례 내비쳐왔다. 그는 “한국은 구글 등 해외 플랫폼에 잠식되지 않아 ‘플랫폼 주권’이 있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라며 “플랫폼 주권을 빼앗기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 플랫폼을 어떻게 잘 보호하고 성장시켜서 해외로 진출시킬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플랫폼은 사실상 국내에서 큰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국내외 플랫폼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플랫폼에 대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통해 이들이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1985년 서울 △2011년 서울대 전기공학부·경영학과 △2011년 VCNC 창업 △2020년 쏘카 대표이사 △2022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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