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중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과 상시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고 혐의 계좌를 곧바로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한도도 기존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올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정각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김유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4월 이른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국은 우선 주가조작 사건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계좌를 동결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미국·영국·일본·호주 등과 달리 당국에 자산 동결, 통신 기록 확보 권한이 없어 당국 차원의 제재 수단이 미비했다. 당국의 계좌 동결 추진안은 법무부 협의와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뒤따라야 해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통신 기록 확보 권한도 추진 사항에 포함하려다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이번 발표에서는 제외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주가조작 전과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금융회사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5월 발의했다는 사실을 재차 상기했다.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내년 1월 시행한다. 금융위는 법무부와의 협의를 이유로 지난달 철회했던 과장금 2배 법안의 시행령도 곧 다시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당국은 또 불공정거래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익명 신고제를 도입하고 포상금 지급 한도를 현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상금 재원도 내년부터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감독부담금에서 정부 예산으로 변경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공정 행위 신고 1건당 평균 포상금은 2800만 원에 불과했다.
당국과 검찰은 나아가 중대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 초기부터 정보를 즉시 공유하기로 했다.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 사안이 긴급한 사안은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신속하게 검찰에 통보해 수사 체제로 전환한다. 모든 사건은 증선위를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거래소·검찰 등 4개 기관이 상시적인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관리한다. 조사·심리기관협의회는 매달 개최하고 실무 협의는 수시로 갖는다. 증선위 안건, 법원 판결, 조사 결과 보고서 등 정보 공유 폭도 대폭 넓힌다.
당국은 아울러 조사 인력들의 강제·현장 조사권, 영치권(제출된 물건이나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권리)도 초기 물증 확보, 신속 조사 등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그간 일반적인 사건에는 강제 조사권을 쓰지 않았다. 복합 위법 행위는 증선위가 종합 심의하면서 기관·부서 간 조사 칸막이를 허물기로 했다.
시세조종 분석 기간은 최대 100일에서 6개월·1년 등으로 확장하고 금융 당국 조사 조직·인력도 추가로 확충하기로 했다. 유튜브·블라인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게시판, 주식 리딩방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감시 대상도 확대한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조사 성과가 좋은 기관·부서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평가 체계를 개편하고 검찰 수사 노하우를 공유받는 프로그램도 늘리기로 했다.
증권사 직원이 범죄 혐의를 받는 고객에게 당국 조사 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금융투자협회 표준 내부 통제 기준도 개정한다. 증권사 직원이 조사 정보를 흘린 사실을 적발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엄정 제재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과징금 제도와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를 내년 초에 차질 없이 시행하도록 준비하고 있고 혐의 계좌 동결 조치 방안도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며 “유관 기관들이 한 팀이 돼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 무관용 원칙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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